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첫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미관계 재정립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 일본등 우방국 지도자들은 새 대통령 당선자와의 긴밀한 협조를 기대하면서 그와 조속히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오고있다. 일부에서는 노 당선자와 부시 행정부간 정책이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으나 새로운 출발에 있어 바람직한 것은 우려와 비관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다. 국제관계에 이견이 존재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며 근본적인 우호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견해를 조정하고 쌍방에 모두 도움이 되는 해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현재 민감한 현안이 되고있는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갖는다는 분석은 의미심장하다. 이 분석대로 이번 선거가 국민투표였다면 국민들은 노 당선자의 대북, 대미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셈이다. 우선 눈앞에 놓인 북한핵문제의 경우, 북한을 고립하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그의 정책이 국민의 신임을 획득한 이상, 그는 더욱 소신을 가지고 이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간 긴밀한 공조협력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한반도의 안전을 파괴할 수 있는 이 문제가 북한과 미국간의 극한 대결로 파국으로 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한-미 관계에 있어서도 우호 관계의 성숙, 발전을 강조하면서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도록 힘쓸것이라고 밝혔다. 노 당선자가 그간 선거운동기간 중 "미국에 사진을 찍으러 가지 않겠다"느니, "미국에 굽실거리지 않겠다"느니 하는 등의 발언이 국민들 사이에서 내용에 관한 한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나 표현상의 거침을 지적받는 것은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권위 아래서는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한-미관계의 불평등성을 시정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국민의 지지를 받은 만큼 그는 이제 국민과 함께 SOFA 개정 등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또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한국 국민의 의사는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미관계 설정에 있어 한국인들이 과연 무엇을 원하고있는지 전세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 메시지의 제1수신자가 미국이라는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인들이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이면의 함의를 잘 읽어야 할 것이다. 이제 미국은 북핵문제에 관한 한 한국민의 다수가 진정으로 평화적인 방법에 의한 해결 노력을 지지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지금과 같은 비타협적, 일방주의 태도의 현명성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지난 주 서울 세종로 거리에서 촛불의 바다를 이룬 SOFA 개정 요구 시위가 일시적 반미감정의 표출로 시간이 가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접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우리 국민이 노후보의 자주적 리더십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양국간 진정한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한국인의 이같은 정당한 요구를 수락해야 한다는 현명한 판단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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