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국내 중고차 거래 약 170만 대, 수반되는 거래 규모 10조 원 시장은 매우 큰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의 신차 거래규모를 넘는 중고차 거래 규모가 있을 경우 상당히 큰 시장으로 보는 잣대로 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은 신차 거래규모의 약 1.4대 수준으로 매우 큰 시장임에 틀림없다. 중고차 거래규모는 미국은 2.4배, 일본은 1.2배 정도이며, 한창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경우는 신차 거래규모의 약 15%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게 국내의 중고차 시장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아직 유통시스템은 선진화가 되지 않아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약 5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각종 중고차 세미나 및 포럼, 변화를 위한 자정 노력, 선진 경영 전략의 접목 시도,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정부의 법규 개정을 통한 제도적 기반 구축 등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이제는 변화해야만 살아날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적인 논리로 작용한 것을 보면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시장 규모는 도리어 수년 전에 비해 줄어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국내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가 오래가고 있고 그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중고차 분야를 보면 당연하다 싶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상기의 노력이 심도 있게 깊숙이 침투되지 않고 겉핥기 식으로 진행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특히 여러 가지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자정 노력이 부족한 점도 클 것이다. 제도적 안착을 위해 솔선수범해 노력하기보다는 나만의 안위를 위해 기업적 윤리를 해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 만큼 중고차 분야는 고쳐져야 할 요소가 뿌리 깊게 베어 있다는 논리이기도 하다. 최근 개정된 중고차 성능점검제도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물을 흐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절히 남을 속이는 행위가 아직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례가 모여 전체 중고차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체 수익모델을 축소시키고 중고차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러는 사이에 선진 외국에서는 우리의 시장을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10조의 큰 시장을 그냥 놔 둘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시기적절한 시기에 선진 유통시스템으로 무장한 해외 업체가 본격적으로 국내 중고차 시장을 공략한다면 추풍낙엽의 신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을 못 느끼는 국내 업체가 더욱 큰 문제이다. 이제는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이다. 언제까지 남을 탓하면서 내 것만을 취하는 시대는 시대에 뒤진 발상임을 깨우쳐야 한다.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환경에서 싸우면서 이기는 법을 익혀야 한다.

나의 단점이 무엇인가 다시 한번 파악하고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선 아이디어 창출에 노력해야 한다. 중고차 유통분야도 이제는 열린 시장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경쟁력이 무엇인가를 찾는 노력을 지녀야 한다.

최근의 움직임은 내년에 본격적인 움직임을 위한 물밑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중소기업들은 영역별로 뭉칠 것이고 대기업들도 한 걸음 다가설 것이며, 해외의 유수 기업들도 전진기지를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전체 중고차 업체의 84%를 차지하는 개인기업들이다. 예전의 소사장 개념의 영업방식이 아직도 통용되고 있고 앞을 내다보는 감각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부의 물결에 허약하게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의 동네 구멍가게나 소규모 슈퍼마켓이 대규모의 프랜차이즈형 편의점과 대규모 할인점에 힘없이 무너진 것과 같이 중고차 분야도 그렇게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막을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준비 자세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선진 유통시스템은 필히 우리에게 고통을 수반할 것이지만 밟아야 할 필수 과정인 만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유일한 길임을 다시 한번 숙지해야 한다.

 

김필수(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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