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실시하고 한국언론재단이 주관한 '탐사보도 전문연수(2005년 지역신문 2차 해외단기연수·10월 23일~11월 3일)'에 본보 경기본사 강봉석 부장(안양·과천 주재)이 연수대상자로 선정돼 미국과 일본 등지를 다녀왔다. 이번 연수에서 강 부장은 동참한 전국 9개 지역신문 기자들과 함께 미국 탐사기자편입인협회(IRE) 연수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 등 3개 신문사, 일본 마이니찌 신문(每日新聞) 등을 방문해 이들 언론의 탐사보도 실태를 벤치마킹했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미국과 일본의 탐사 저널리즘 흐름과 지역신문의 생존전략의 하나로서 탐사보도의 활용방안 등에 대해 연수기를 중심으로 집중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상) 탐사보도 사전연수와 IRE 도착

(중) 컴퓨터를 활용한 새로운 탐사보도 기법

(하) 미국·일본 언론사 실태
 

(상) 탐사보도 사전연수와 IRE 도착

◇ 국내 사전연수
 
지난 10월 20일부터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틀간 실시된 지역신문 2차 해외단기연수를 위한 국내 사전연수는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나 가끔 있었던 풀 타임 수업을 졸업 후 십수년 만에 경험케 함으로써 피교육생들만이 갖는 인내의 경험을 또다시 상기케 했다.

국내 사전연수 강좌프로그램이 마련됐던 것은 탐사보도와 지역신문 활용방안을 위한 연수프로그램의 핵심으로 컴퓨터 활용보도(CAR)를 통한 탐사보도에 관한 연구(A Study on the Investigative Reporting with Computer-Assisted Reporting) 과정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는데 처음에는 컴퓨터 비전문가인 나에겐 난해한 소프트 전문 프로그램인 엑셀이나 엑세스 등을 “굳이 내가 왜 만져야하는갚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 의문은 현지 연수과정에서 곧바로 풀렸다.

엑셀의 기본이해를 비롯해 엑셀을 활용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엑셀을 활용한 언론보도, 엑세스로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 만들기와 취재파일 작성방안 등의 강좌는 전문 프로그램을 활용함으로써 기사작성에 얼마나 용이하고 쓰임새가 많음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탐사보도물 작성 및 엑셀이나 엑세스의 기본 이해와 프로그램들을 활용한 자유자재의 쓰임을 위해서는 탐사기자는 물론 편집기자, 데스크, 발행인 모두의 마인드 변화와 함께 꾸준한 투자 등이 필수적이어서 또 다른 긴 인내의 시간이 요구되고 있었다.

◇출발에서 연수목적지 미주리대학까지

지난 10월 23일 아침 이른 시간 수원의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공항을 향해 아침바람을 달게 마시며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연수목적은 차치하고서라도 이역만리 크고 머나먼 땅이어서인지 출발 때면 여느 나라방문 때와는 달리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게 된다. 고생길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네 번째 방문에다 짧은 기간이나마 그곳 미주교포사회에서 기자생활을 했음에도 이번 방문에서도 예외의 느낌은 아니었다.

드디어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천세익 팀장을 비롯한 9개사 지방지 기자 및 지역신문 발행인 등 10인의 연수단 일행은 직항로가 아닌 일본을 경유, 시카고~센트루이스~컬럼비아 시티로 이어지는 17시간여의 비행과 자동차 이동이 있은 뒤에야 시차를 달리한 또다른 저녁시각, 첫번째 방문 연수 예정지인 미국 중부에 위치한 미주리주 콜롬비아 시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시간 이동으로 심신은 고달프고 지쳤지만 기왕지사 이렇게 떠나왔으니 마음을 다잡고 잠을 청했다.

도착 다음날인 24일 월요일 아침, 시차 탓인지 머리가 멍했으나 지난날 어려웠던 시절 국비 유학생으로서 책무를 다했던 이름 모를 대한의 유학생들과 같은 비장함으로 또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숙소인 호텔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미주리대학교로 향했다.

미주리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미주리주 콜롬비아시는 인구 8만여 명의 작은 중소도시였지만 대학이 3곳이나 되는 교육도시로 비교적 부유한 미국의 중산층들이 거주하고 하고 있었다. 특히 연수가 실시됐던 미주리대학은 120년 전에 저널리즘 스쿨이 개설된 곳으로 저너리즘 분야 최고의 전통과 실력을 자랑하는 학교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상당수의 국내 유학생과 교수진, 언론인들이 이곳에서 공부를 했으며 지금도 20여 명의 한국 학생 및 언론인들이 배움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미주리대학은 미국인 언론 관련 단체로는 두 번째로 큰 IRE(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본부를 유치함으로써 학문과 언론을 연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 탐사보도기자 및 편집인 협회(IRE)

미국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IRE(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는 1975년 마피아를 추적하던 기자가 마피아의 테러에 의해 사망하자 그의 기자정신을 기리고 그가 추적했던 취재를 마무리하고자 미국 전역의 베테랑 탐사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다.

이들 기자들은 마피아 조직을 탐사기자의 정신으로 끝까지 추적, 이들 조직을 와해시키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이 단체는 탐사보도를 위한 체계적인 기자 교육 및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자랑하고 있는데 기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와 정보의 원천, 기술, 노하우 등을 공유함으로써 탐사보도의 질적, 양적 확대를 모색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IRE는 기자들의 교육을 담당한다. 부트 캠프라고 하는 CAR교육은 1주에서 몇 주에 걸쳐 세미나 방식으로 이뤄진다. 빡빡한 교육일정 때문에 집체 교육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IRE는 기자들이 참여하는 각종 회의나 세미나 등을 열고 있으며 2000년부터 미국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서 덴마크, 영국, 브라질 등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IRE의 자랑거리는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IRE는 신문 및 방송에 보도됐던 2만여 건 이상의 탐사물을 갖고 있다. 특히 기자가 자신의 취재 노하우를 메모해 둔 2천여 개 이상의 팁시트(Tip Sheets·취재지침서)를 보유, 기자들끼리 공유하는 것도 강점이다. 또한 범죄, 교통, 보건, 치안, 사업, 정부예산·지출 등의 카테고리를 엮어 30여 개의 정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IRE는 기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상당수의 정보 자료와 함께 정부가 해당 기관 서버에 텍스트를 올려놓은 정보를 다운로드해서 기자들이 쉽게 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 올려놓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내는 물론 세계의 탐사기자들끼리 이메일을 교환할 수 있는 서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지 않은 자료는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CD 등을 복사해 오거나 때로는 비용을 지불해 자료들을 구입, 비치하기도 한다.

탐사보도와 관련, ‘IRE 저널(IRE Journal)’과 CAR를 주제로 한 뉴스레터 ‘업링크(Up Link)’를 출간하고 있다.

IRE의 재원은 회원들의 회비와 데이터베이스 이용료 수입, 재단의 기부금이나 대출금으로 마련되며 회원수는 미국 내 기자 및 수백여 명의 외국기자 등을 포함, 5천여 명에 이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