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 3년 사이에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대학 입학생 수보다 적어지면서 각 대학마다 신입생 확보를 위한 홍보 대책에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대학의 위치가 대도시보다 읍·면 단위에 위치한 곳에, 수도권보다 지방권에 위치한 곳에 더욱 어려움이 가중되어 전체 정원의 50%를 못 채우는 경향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신입생 모집을 위해 근교의 고교 방문은 기본이고 멀리 타 지역을 넘나들면서 한 명이라도 채우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교 취업 담당 선생님께 읍소하며, 기념품을 전달하고 음식을 대접하면서 유치를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영업사원'이 된 대학교수

연말 입시철만 되면 고교 3학년 담임선생님 책상에는 각 대학의 홍보물과 기념품이 넘쳐나서 처리 곤란을 겪기도 한다. 어느 때는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방문이 많다보니 '잡상인 금지', '대학교수 방문 금지'라는 푯말도 있다고 하니 정도를 지나친 듯 하다. 어느 대학교수는 교육을 뜻을 두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고 외국에서 학위까지 받아왔는데 지금은 '영업사원' 역할을 하고 있어 때려치지도 못하고 고민 중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어느 누구도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직 이러한 문제를 탈피하고자 정원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만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분야임에도 어느 대학은 넘쳐나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고 어느 대학은 정원의 과반수도 못 채워 월급을 못 받거나 사직을 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어 교육기관의 황폐화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대학 당국에서는 경쟁력 없는 학과를 폐지하고 그마나 경쟁력 있는 학과의 정원을 늘려 정원을 채우려는 편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필자가 종사하는 자동차 분야가 대표적이다. 그나마 자동차 분야가 정원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존의 기계분야의 정원을 조정하거나 기타 분야의 남아나는 정원을 모아 자동차학과로 개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올해 약 5개 대학에 자동차학과가 개설되어 머지않아 60개 정도에 이를 정도이다. 단일 학과로는 최대 규모이며, 매년 7천 명 정도의 인력이 배출된다.
 
문제는 수요 공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꾼을 뽑지 않으니 실업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눈높이를 낮추어 취업을 하기도 하고 재수, 삼수를 해 취업에 성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각 대학별로 무분별하게 신입생을 모집하는 경향이 반복된다면 교육의 질적 저하는 물론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최근에 발표한 각 대학의 취업률도 허와 실이 존재한다. 취업이 점차 어려워지니 당연히 취업률 제고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사항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취업률 실태가 전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대학, 학과의 특화 요소, 교육과정, 대외 지명도는 물론이고 취업의 질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취업률 100%라고 하더라도 질적 측면을 고려해 학생들의 만족도는 얼마인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취업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사직하는 경우도 많아 실질적인 취업률은 극히 적은 경우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취업률을 높이고자 무리하게 밀어내기식 취업을 강요하고 적성과는 다른 분야의 취업은 분명히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성과 특기 살리는 직장 찾아야

현재 취업 성인 10명 중 1~2명만이 자기 직장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답을 했다고 한다. 나머지는 대부분 자기의 적성과 특기와는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취업이 약간 늦추어 지더라도 만족스런 직장, 나의 적성과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직장이야말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는 겉핥기식의 수치 제시보다는 실질적인 특성화 요소를 찾는 것이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된다는 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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