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남지 않은 임오년을 마무리하기 위한 발길들이 분주하다. 요맘때만 되면 저무는 한 해를 바라보며 또 한 살을 먹는다는 생각에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은 눈깜짝할 사이 지나쳐온 세월의 덧없음을 되뇌일지도 모르겠다. 양력을 쓰고 요일을 나누어 일요일을 휴무로 하기 이전까지 보통 섣달 25일부터 그믐까지를 세모라 하고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는 정초의 놀이를 하는 기간이었다. 이 20일간은 일년중 가장 경사롭고 즐거운 송구영신의 명절기간이어서 벼슬아치에서 장사꾼에 이르기까지 만사를 접어두고 친족이나 웃사람을 찾아다니며 덕담을 나누고 동기와 친구끼리 어울려 정월놀이를 즐겼다. 연말을 앞둔 12월25일이 되면 형조와 한성부의 당상관이 모여 회의를 열고 범죄의 사안이 경미한 자들을 석방하고 웬만한 경범은 잡아들이지 않고 주의만 주기로 하는 등 연말분위기를 북돋웠다. 연말이면 세모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경찰이 특별경계에 나서는 요즘의 살벌한 풍경과는 다른 농경사회의 느긋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근에야 구정으로 불리던 우리고유의 설날을 되찾긴 했지만 양력으로 치러지는 연말분위기는 지나온 한 해의 모든 일을 잊어버리겠다는 듯 흥청거리기 일쑤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맞이한다는 의미인 송구영신은 요즘 들어 그 의미가 크게 퇴색돼 연말이면 망년회라는 핑계로 술에 찌들어 비틀거리는 풍속도가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다. 옛 사람들이 한 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았던 멋도 흥취도 없어졌다. 12월 초부터 망년회가 시작돼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 절정을 이뤄 연말이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술과 피로에 파김치가 돼 버린다. 계미년 양띠해를 며칠 앞두고 이제는 새해설계를 해야 할 때다. 지난 한 해 잘못됐거나 미진했던 부분은 새로운 마음으로 가다듬어 내년에는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권학문주자학 중에는 이러한 말이 있다. `오늘 배우지 않아도 내일 있다고 이르지 말며 올해 배우지 않아도 내년이 있다고 이르지 말라.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우니 일초의 시간인들 가볍게 여기지 말라. 연못가의 봄풀은 꿈을 깨지 못하니 뜰 앞의 오동잎은 이미 가을소리를 전하는구나.'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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