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본격활동에 들어가는 제234회 정기국회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쟁점들이 산적해있다.
 
각 당은 국민의 정부 마지막 정기국회를 맞아 `정책·민생·예산국회'로 치르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연말 대선을 겨냥한 무한 정치공방으로 얼룩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현 정부의 국정난맥과 실정을 부각시켜 `집권 대안'으로서 이미지를 부각한다는 전략이고 `정책여당'인 민주당은 예산안과 각종 민생·정책법안의 통과에 역점을 둬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방침이다.
 
자민련도 국회 본연의 견제 기능과 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병풍·해임안=한나라당은 병역의혹 수사를 “청와대와 민주당, 일부 정치검찰이 공모, 이회창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김정길 법무장관을 핵심고리로 지목, 해임건의안을 조만간 다시 제출해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또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병풍 쟁점화 유도' 발언을 호재로 국회 활동을 통해 `음모론'을 확산시켜 병풍을 가능한한 조기에 가라앉힌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병역비리 의혹을 포함해 이 후보 관련 `9대 의혹'을 대정부질문, 상임위 활동, 국정감사 등을 통해 파상적으로 제기하면서, 총리 지명자에게 적용한 검증기준을 똑같이 적용하자는 주장으로 몰아붙인다는 전략이다.
 
법무장관 해임안에 대해선 “병역비리 은폐를 위한 검찰 수사 방해용”이라고 규정하고 “해임안이 제출되면 천번이고 만번이고 막아내겠다”(정균환 총무)고 말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한나라당은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를 통해 그동안 수집해온 권력 핵심부의 비리의혹을 모두 폭로키로 하고 `대통령 대선자금 커넥션' 등 6대 의혹을 정리, 구체화 작업에 돌입했다.
 
민주당도 9대 의혹 진상규명 특위 활동을 강화해 병역비리 사건은 물론 빌라 게이트, 세풍사건, 안기부 자금사건 등과 관련한 새 의혹을 제기하고 이 후보 관련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나 특검제 도입 주장으로 맞설 방침이다.
 
◇총리 임명동의안=한나라당은 총리 서리제도의 위헌성을 거듭 제기하면서 3번째로 지명될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 그 결과에 따라 인준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대통령이 다시 총리서리를 임명할 경우 청문회 거부와 대통령 탄핵 검토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당은 총리직 장기공백에 따른 국정혼란의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다는 주장을 부각시켜 한나라당이 인준에 동의토록 압박을 가할 생각이다.
 
◇대북정책=최근 급진전 양상을 보이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 각종 대북협력·교류 정책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치열한 공방 대상이다.
 
한나라당은 진작부터 대선에서 `북풍' 등장 가능성을 경계해온 터여서 최근 끊임없이 나도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설에 촉각을 세우면서 남북합의에 대한 북측의 실천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북한 변수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우려를 `냉전적 사고'라고 몰아붙이면서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방북 등 최근의 한반도 정세 급진전을 계기로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 5년간 햇볕정책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적극 뒷받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새해 나라살림 규모를 확정하는 예산국회라는 점에서 올해는 각당 모두 대선 이전에 예산안 심의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회계 기준으로 올해에 비해 6~7% 증가한 113조원 규모로 편성될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세제개편안으로 국민부담이 8천300억원이나 늘어나게 된다며 불요불급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균형재정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한다는 취지로 편성된 만큼 원안대로 처리하자는 생각이다.
 
그러나 양당이 대선 표심을 겨냥해 저마다 선심성으로 지역개발 예산 등을 늘리는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고 정치공방으로 인한 파행 등으로 예산심의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선거·정치관계법=대선을 사실상 완전공영제로 실시하는 중앙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총론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실제론 각론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고개를 젓고 있어 진지한 심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선관위의 의견중 특히 정당연설회 폐지와 TV연설·대담 확대에 대해 민주당은 찬성하지만, 한나라당은 부정적이고, 100만원 이상 정치자금 기부자 신원공개에 대해선 양당 지도부의 공식입장과 달리 개별의원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입법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생·정책 입법=일용근로자들을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시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인터넷을 통한 전자고지를 추가한 국세기본법 개정안, 성희롱 예방조치를 강화한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법 개정안, 동성동본 금혼제도 폐지와 친양자제도를 도입하는 민법 개정안 등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각 당의 대선전에 파묻혀 의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나 민주당은 긍정적인 입장인 데 반해 한나라당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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