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봉인을 속속 제거하고 재가동 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2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는 등 북핵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5메가와트 원자로와 폐연료봉 저장시설에 대한 봉인제거에 이어 지난 23일 시작한 핵 재처리시설인 영변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봉인제거 작업을 24일에도 계속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특히 이미 봉인이 제거된 5메가와트 원자로에 대한 보수작업 개시 등 실질적인 재가동 준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5메가와트 원자로의 봉인제거 및 감시카메라 작동중단 조치를 취한 이후 실제로 기술자들이 시설내를 드나들며 보수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실질적인 원전 재가동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방사화학실험실은 가장 민감한 시설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동결 감시를 위해 설치한 봉인이 많아 봉인제거 작업은 24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같은 조치에 대응, IAEA는 내달 초 긴급이사회를 열어 북한의 핵동결 해제조치 철회와 봉인제거 및 감시카메라 작동중단 조치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특별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IAEA는 대북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유엔 안보리에 북핵 문제를 정식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IAEA 긴급이사회가 내달 초 열릴 예정”이라면서 “북한에 대해 원상회복을 강력히 촉구하는 경고를 보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은 이라크와 북한 등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밝혀 향후 대북대응이 주목된다.
 
럼즈펠드 장관은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대테러전과 이라크, 북한에 대한 전쟁을 동시에 추구할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할 완벽한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필립 리커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국제합의 위반은 북한문제가 유엔으로 가는 결과를 낳는다”고 북핵사태의 유엔 안보리 상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커 대변인은 미국이 위협이나 약속위반에 응해 대화에 들어가지 않으며 북한이 이미 서명한 조약이나 합의를 지키도록 그들과 협상하거나 그들에게 유인책을 제공하지도 않겠다고 종전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미·일 3국은 이와 관련, 내달 초 긴급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및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를 갖고 대북 경수로 중단문제를 포함한 구체적인 대북후속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잇단 봉인해제 조치는 예상이 되던 바”라면서 “북한의 다음 단계에 따른 3국간의 가능한 조치에 대한 포괄적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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