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검찰과 관련된 최고의 뉴스를 꼽으라면 단연 서울지검의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을 들 수 있다. 일선 수사검사가 직무와 관련해 구속되고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건으로 당시 검찰을 향한 국민들의 비난은 걷잡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가장 많이 화두가 됐던 것은 어디까지를 인권침해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그동안 검·경은 범행에 대한 심증은 충분한데 결정적인 증거나 자백도 없고 수사절차에 얽매이다 보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논리에서 스스로 강압수사를 정당화 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다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과 공익을 위해서라는 사회적 묵인도 한 몫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을 바라보는 국민적 감정은 수사편의에 우선한 인권침해에 기울어 있다. 지난 22일 법무부가 발표한 형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우려가 더욱 실감난다. 법무부는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변호인 입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뇌물이나 마약, 조폭범죄의 경우 단서 포착이나 증거수집이 어려워 구속기간을 현행 20일에서 6개월까지 연장키로 했다. 또 참고인이 2회 이상 소환에 불응할 경우 법원에서 구인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하고 수사기관에 출석해 허위진술을 하거나 법원에 허위자료를 제출할 경우 사법방해죄로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적절한 형벌권 실현에 의미를 뒀다는 이 개정안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피의자 인권은 온데간데 없고 수사권만 강화한 개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변호인 입회 허용이나 구속기간 6개월 연장, 사법방해죄 신설 등은 검찰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오히려 피의자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법무부는 이 개정안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개최한 뒤 내년 2월 국회에 상정할 계획으로 내용이 수정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으나 수사기관의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법조계의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적어도 새로운 개정안이 인권후퇴라는 비난은 받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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