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할 것이라고 통보한 데 이어 벌이고 있는 `핵게임'은 한마디로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엊그제 핵단지의 5MW급 원자로에 대한 봉인을 제거하고 감시카메라 작동을 중단시킨 데 이어 저수조에 보관된 폐연료봉 감시장비와 봉인까지 손을 댔다고 한다. 핵 도발의 단계와 수위가 날마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긴 일전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첫 오찬 회동에서도 북한 핵 문제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등 한미관계, 북미관계 등 외교현안이 주된 화제였다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날 회동은 당초엔 노 당선자 축하자리로 마련됐으나 북한의 폐연료봉 시설 봉인제거 등 급박한 정세 때문에 북한 핵 문제대책 등이 집중논의됐다니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으로 전력생산이 필요하며 문제의 원자료를 재가동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제네바 합의의 파기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선 비난이 높고 그 정당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북한의 의도는 핵 위기를 만들어 미국과 큰판의 협상을 해서 실익을 얻겠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핵 도박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우리의 입장도 지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심각한 기로에 서 있다. 이 문제는 노 당선자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어 새 정부 출범후에도 분명히 연속돼 있음을 뜻한다. 그만큼 남북관계가 노 당선자의 첫번째 과제다. 지난 주말 부시 미국대통령의 당선 축하전화에서 취임 후 조속한 시일내에 미국을 방문해 달라는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주한 미국대사와 면담에서도 역시 북한 핵문제를 우선 화두로 잡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어서다. 아무튼 북한은 김대중 정부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몰래 핵을 개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은 지원대로 받으면서 핵을 계속 개발한 것은 한마디로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놓고 있다. 정부도 오늘 김대중 대통령의 주재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다고 한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의 살길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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