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깨질까? `삼성 천하'가 된 국내배구가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슈퍼리그의 서막을 올린다.
 
오는 28일 대전에서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라이벌전(?)으로 개막되는 올 슈퍼리그의 관심사는 역시 삼성의 독주 여부.
 
삼성은 창단 후 첫 대회인 97년 슈퍼리그부터 6년 연속 정상에 오른 남자배구의 절대 강자로, 이번에도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은 떼어 논 당상이다.
 
신진식, 김상우, 신선호, 장병철, 석진욱, 여오현, 최태웅으로 짜여진 선발 라인업 자체가 국가대표팀 1진이고 이를 떠받치는 백업라인도 여느 팀의 베스트 멤버가 부럽지 않다.
 
파격적인 물량공세를 통해 철옹성을 쌓은 삼성화재는 라이트 김세진이 무릎수술로 빠졌지만 장병철이 그 공백을 거뜬히 메우는 등 지난 98년 `싹쓸이 파동'이 신구조화 효과로 나타나 전력이 오히려 상승했다.
 
98년 당시 세터 최태웅과 좌·우 쌍포 석진욱, 장병철 등 남자배구의 차세대 3인방을 쓸어담았던 삼성은 특히 올해는 대졸 `빅 3' 중 레프트 이형두와 국내 최장신센터 박재한(207㎝·이상 경기대) 등 두 국가대표까지 영입해 더욱 견고한 성을 쌓았다.
 
여기에 삼성 신치용 감독이 소속팀을 사실상 대표팀으로 운영해 오면서 쌓은 노하우도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슈퍼리그 만큼은 삼성의 `어린 아이 손목 비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강만수 감독이 경질되는 등 삼성의 독주 속에 팀의 면모가 초토화되다시피한 현대자동차가 캐피탈로 간판을 바꾼지 2년 만에 화려한 부활을 노리고 있기 때문.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의 60연승을 저지한 것은 판도 변화의 예고편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현대가 믿는 구석은 인하대 출신 국가대표 세터 권영민이다.
 
세터의 최고 덕목인 두뇌에 높이를 지닌 권영민의 가세로 엉성하기 짝이 없던팀 전열이 짜임새를 갖춰, 송만덕 감독 자신도 “아직 우승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해볼만하다”며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현대와 삼성의 대결은 한마디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표현될 만큼 객관적 전력상 결과가 뻔한 승부임에 틀림없지만, 라이벌 의식과 감독간 지략싸움, 권영민 효과 등이 맞물려 돌아갈 경우 예상 밖의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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