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전국 자치단체 중 최초로 수원·파주·의정부·포천·이천·안성 등 6개 지방공사의료원을 통합해 경기도립의료원(원장 박윤형)이 '누구든지 진료비 지불여부에 관계없이 진료받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 병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통합 지방공사 의료원은 의료기관 이용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빈곤아동, 소년소녀가장, 빈곤노인, 의료보호해당자 등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6만 명(6개 병원 병원당 1만 명)을 등록 관리해 정기검진·예방접종·투약 등을 안내하고, 진료 이용시에도 병원 공공사업과에서 별도로 예약과 안내를 전담하도록 했다.

서민층에 많은 질병으로 나타난 관절염·류마티스·당뇨병·고혈압·중풍·심장병·만선신부전 등의 치료를 위해 병원별로 의료진과 장비, 시설 수준을 대폭 높인 관절염류마티스 센터 등 전문화되고 특화된 질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소외계층의 의료접근도를 높이고 효과적인 예방의료를 구현하기 위해 서민 다빈도 질병등록관리 시스템을 구축, 사회안전망으로 의료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저소득층 불임가정과 미숙아의 출생으로 위기에 내몰린 가정을 위해 미숙아의료체계를 갖추는 등 종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공공의료의 모델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그 동안 1천만 원 이상이 드는 진료비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저소득층의 자녀 갖기를 돕기 위해 불임시술센터와 미숙아센터도 설치 중이다.

20병상 규모 미숙아센터는 그 동안 낮은 의료보험수가로 인해 대학병원도 설치하기를 꺼렸다는 점에서 미숙아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숙아 부모들은 진료비 부담 외에도 대부분의 병원에는 미숙아보호병상(인큐베이터) 이 없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했던 점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경기도의료원은 6개 병원 통합을 계기로 통합물류시스템 시행 등 경영효율화를 기해 진료부분의 적자를 최소화하는 한편 경영 상태를 수시로 공개하는 등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등 공공의료기관의 경영정상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의료원이 출범한 지 4개월, 벌써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각 병원별로 외래환자 진료수가 늘고 병상 가동률이 증가하고 있다. 또 명망 있는 의사들이 병원장으로 초빙되고 협진체계 구축으로 우수의료인력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의료원을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특히 장·단기 투자비전과 공공의료기능 강화방안, 비정규직 해소방안 등이 제시됨에 따라 공공병원의 정체성이 확립되면서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사기도 한결 높아졌다.

이에 따라 도립의료원 산하 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 병원이 공공의료기능을 수행하는 지역거점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 병상가동률 8.1%, 환자수 25% 증가

M&A 방식에 의해 6개 의료원 법인을 해산·합병하고 원거리에 위치한 각각의 병원을 통합할 수 있는 전산·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병원별, 부서별, 개인별 실시간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자 곧바로 변화가 촉발됐다.

통합 전에 비해 통합 후 4개월간 병상가동률은 8.1% 증가하고 1일 평균 병원을 찾는 환자수는 25% 늘어났다. 파주병원 병상가동률이 49.7%에서 70.1%로 가장 크게 증가했고 포천병원이 258명에서 420명으로 환자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

당연히 의료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통합 전 6개월간 총 수입이 219억 원으로 월 평균 36억5천만 원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 4개월간 총 수입은 156억 원, 월 평균 39억 원으로 2억5천만 원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경영실적도 좋아져 손실액이 지난해 83억 원보다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6개 병원의 본부 역할을 하는 도립의료원이 만들어짐으로써 각 병원의 일반 행정업무가 줄어들어 진료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각종 비용이 절감되며 다양한 공공의료사업을 펼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특히 예전에 개별 병원장이 해오던 노사협상 등을 통일적으로 의료원장이 수행하게 돼 일관성 있는 대처가 가능해지고 병원장이 느꼈던 부담감이 사라진 것은 성과다.

변화와 혁신의 기반이 조성되자 우수 병원장이 채용되고 저명한 의사들의 초빙진료가 가능해졌다. 고려대와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조재흥, 오수명 전문의들이 각각 안성과 의정부 병원장으로 임명돼 직접 진료에 참여하자 직원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의료원을 대하는 주민들의 시선도 변했다. 또 노관택 전 서울대병원장과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멀리 파주, 이천병원을 찾아 벌이는 진료 봉사활동은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도 큰 인기다.

◇ 공공의료기능 강화에 역점

도립의료원은 이러한 경영성과를 공공의료기능 강화로 연결시킨다는 방침이다. 우선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무료진료를 확대하기 위해 금년도 예산에 19억200만 원을 반영, 실질적인 혜택이 가도록 하고 소년소녀가장, 빈곤노인층, 의료급여환자 등 의료접근성이 부족한 6만 명을 6개 병원에 등록, 의료안전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저소득층 암 무료검진 및 재가 암환자 관리를 위해 암 예방 검진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보건소와 협력, 재가 암환자 등 말기 질환자에 대한 무료 통증관리 사업을 전개하며 각 병원에 10병상 규모의 호스피스 병동을 설치, 호스피스 사업도 전개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의정부·수원·파주병원 등에 산업보건센터를 설치, 영세한 중소기업에 대한 산업보건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응급의료기관 기준에 만족하는 시설과 장비·인력을 보강, 24시간 동안 신뢰할 수 있는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립의료원은 6개 병원별 시설보수 및 신·증축을 2014년까지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각 병원별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300병상을 갖춰 급성기 병상, 중환자 병상, 정신보건 병상, 재활 및 요양병상 등을 두루 포괄하는 지역 거점 병원이자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박윤형 원장은 “일제 때 세워진 남부지역의 3개 병원과 미군정 시절 민사처병원으로 출범한 북부 3개 병원이 지금 경기도립의료원의 모태지만 그 동안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은 불충분했다”며 “이번 통합작업을 거쳐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다면 꼭 없어서는 안될 공공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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