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본 춘향전'에. …방자 놈 마음이 염초청 굴뚝이요, 호두각 대청이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염초청'이란 예전에 화약을 제조하던 곳이니 그 굴뚝 안은 몹시 시커멓기 때문에, 마음보가 검고 음흉함을 일러 `염초청 굴뚝 같다'고 하였으며, `호두각'이란 예전에 죄인을 심문하던 곳이니 그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음흉함을 일러 `호두각 대청 같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었음을 인용한 대목이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그런 인물이 없으리랴마는 특히 기록에까지 남겨진 인물로 중국 당나라 현종 때의 재상 이임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겉으로는 남을 위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음흉한 계략으로 모함에 빠뜨림을 일삼았기에 통감강록에도 `세인들이 인보를 가르켜 입에는 꿀이 있고 뱃속에는 칼이 있도다'라는 글이 실려 있다. 원래 그는 종실의 출신으로써 환관에게 뇌물을 주어 그 연줄로 현종 황제가 총애하는 비(妃)의 한사람에게 빌붙어서 출세의 줄을 잡아 재상으로까지 오른 인물이다. 한번은 현종이 그에게 “엄정지는 지금 어디 있는고? 그에게 좀더 일을 시키면 어떨고?”하고 물은 일이 있었다. 정지는 임보가 그 재능을 시기해 지방의 태수로 쫓겨나가 있는 신하였다. 임보는 그날로 사저에 나가 정지의 아우 손지를 불러 “상감께서 형님을 높이 사고 계시니 한번 상감을 배알하는 것이 좋을듯 하이. 높은 벼슬을 내리실 모양이니 병 요양차 상경하고 싶다는 상주문을 올리는 것이 좋겠네”라고 일렀다. 그 검은 흉계를 알 까닭이 없는 아우는 형에게 그대로 통기하여 상주문을 올리게 했다. 중간에서 상주문을 받은 임보는 왕에게 “전날 하문하옵신 엄정지가 요양차 말미를 청원하였사옵니다. 그도 이젠 나이 들고 병약하니 불러오려 한직에나 임함이 가한 줄로 아뢰오.” “그런가. 안되었군. 하는 수 없지.” 임보의 농간에 그를 아예 매장시켜 버린 것이다. 그는 결국 재상의 자리에 있었지만 후일 현종은 대로하여 죽은 임보의 무덤을 파헤쳐 초라하게 매장하고 생전의 벼슬을 삭탈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대통령 당선자는 인재를 씀에 현종과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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