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가 시민구단으로 창단 2년만에 2005 K리그에서 전·후기 통합 1위(13승6무5패, 승점 45)와 함께 챔피언 결정전에서 준우승이라는 신화를 창조했다.

시민구단으로서 열악한 재정과 환경을 딛고 거둔 성과이기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2005 시즌 돌풍은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로축구라는 인천과는 거리가 멀었던 트렌드를 시민들 가슴 깊숙이 심어놓은 인천 유나이티드. 2006년 새해를 맞아 인천 유나이티드의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 시즌을 맞아 풀어야할 과제, 향후 계획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2005 시즌 성적〉

▶2005 삼성하우젠컵 6위 = 4승3무5패, 승점15, 9득점 10실점 ▶2005 K리그 전기리그 2위 = 7승3무2패, 승점24, 20득점 13실점 ▶2005 K리그 후기리그 5위 = 6승3무3패, 승점21, 16득점 13실점 ▶2005 K리그 통합순위 1위 = 13승6무5패, 승점43, 36득점 26실점 ▶2005 K리그 준우승.

이는 2005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성적 집계표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창단 2년만인 2005시즌 정규리그 통합순위 1위와 K리그 챔피언전 준우승이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성적을 올렸다.

우승을 못한 아쉬움보다 시민구단으로서 열악한 재정과 환경을 딛고 호성적을 일궈내며 미래의 희망을 높여간 것이 우승횟수를 뜻하는 별 하나를 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는 평가다.

내세울만한 스타도, 다른 구단에서 몇 명씩 쏟아내는 국가대표도 없이 무명선수들과 다른 구단의 방출선수를 불러모아 공평한 기회로서 동기부여를 하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승리의 성취감이 인천 유나이티드를 스스로 강하게 만들었다.

2005 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인천 유나이티드는 전문가와 언론들 사이에서 강팀으로 분류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5 시즌 첫 대회인 삼성 하우젠컵에서 4승을 올리며 숨을 고른 인천은 곧이어 K리그 전기리그에서 7승을 따내 1위 부산과 승점 1점차 2위를 차지하며 인천돌풍의 서막을 화려하게 올렸다.

이어 벌어진 후기리그에서도 6승을 보태 13승6무5패의 성적으로 통합1위를 차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라돈치치-셀미르-아기치로 이어지는 용병 트리오의 공격력과 빠르고 강한 미드필드, 신·구의 조화를 이루며 견고한 벽을 세운 수비진이 하나로 뭉쳤으며 이 모든 것을 완벽히 조율해낸 장외룡 감독의 전략이 인천의 주 원동력이 됐다.

이와 함께 평균 홈관중이 1만9천509명에 이르는 등 인천 시민들의 열렬한 성원은 연습구장 없이 전지훈련지를 전전하며 팀 운영비 걱정을 해야했던 인천구단에게 소중한 힘이 됐으며 그것이 곧 K리그 통합1위라는 성적과 준우승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아울러 경기장 내의 각종 이벤트와 미들스타리그를 통한 지역내 유소년 클럽 육성, 시민구단으로의 친숙한 이미지 만들기 등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축구장으로 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는 창단을 앞두고 있는 또다른 시민구단들의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점도 지적됐다.

중요한 고비에서 정작 이겨야할 경기를 놓치거나 경기를 쉽게 풀어가지 못하는 등 젊고 경험이 적은 팀컬러 측면에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인천은 전기리그 우승을 다투던 6월 말 대구와의 홈경기에서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비긴 뒤 부천SK와의 원정경기에서 1-2로 패, 이어진 서울과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다가 연속 2골을 허용하며 2-2로 무승부, 약체 전북에게 홈에서 1-2로 패하는 등 산만한 모습을 보이며 무너졌다.

전기리그에서 부산이 인천과 같은 7승을 거두고도 1무승부가 더 많아 인천이 승점 1점차 2위를 차지한 것을 놓고 보면 인천이 전기리그에서 우승했을 경우 플레이오프 판도까지 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이 4경기는 두고두고 아쉬운 승부처로 기억에 남는다.

또한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에게 전기리그 우승을 놓친 한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2-0 승리를 거둔 이후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이천수에게 헤트트릭을 내주는 등 첫 경기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한 것도 경험과 경기전체를 읽는 눈이 아직 부족했다는 결론이다.

이처럼 팀의 좋은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경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힘이 빈약한 데다 부상선수가 발생하면 이를 대체해줄 선수층이 상대적으로 얇다는 것도 빈약한 구단 재정상태와 맞물려 인천의 큰 아킬레스건이 됐다.

다가올 2006 K리그.

새롭게 경남FC가 창단하면서 리그 막내 꼬리표를 뗀 인천 유나이티드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푸른 돌풍을 일으킬지 인천 축구팬들은 설레는 맘으로 리그 개막을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자랑〉

“인천 유나이티드에게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16일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준우승 자축연에서 사회를 맡은 신문선 SBS해설위원의 말이다.

선수들의 면면을 파악하고 동기부여를 통해 무명의, 혹은 다른 팀에서 내쳐진 선수를 이를 악물고 뛰게 만드는 안종복 단장.

냉철한 판단력과 정확한 상대분석,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승부사 장외룡 감독.

멋진 홈 구장 외에는 가진 것이 없는 구단에 끊임없는 성원을 보내는 서포터즈와 시민들.

승리를 염원하는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과 그라운드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융화돼 2005 시즌 준우승이라는 그 어느 시민구단도 하지 못한 신화를 써냈다는 것이 축구 관계자들의 평가다.

결국 이들의 이야기는 내년 상반기에 영화로 만들어져 그 감동을 전국 곳곳에 전달하게 됐다.

인천 유나이티드 안종복 단장은 K리그 준우승 자축연에서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킨 인천 구단과 선수들을 대상으로 극장용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영화에는 장외룡 감독의 축구철학과 선수단을 이끄는 카리스마, 선수 개개인의 눈물겨운 축구역정이 고스란히 담겨진다.

또한 정규리그의 승패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기까지 과정, 연습구장이 없어 경기도와 강원도 등지로 떠돌 수밖에 없었던 모습, 다른 구단에서의 방출과 무명의 설움을 딛고 노력 끝에 승리를 따내는 선수들, 인천 서포터즈의 역동적인 응원 모습 등으로 구성된다.

제작은 영화 '집으로'를 만든 튜브픽처스가 맡아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둔 6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튜브픽쳐스 측이 인천구단의 올 시즌 돌풍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송사에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자 극장개봉으로 목표를 선회했다.

안종복 단장은 “올해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은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집약된 힘으로부터 비롯됐다”며 “인천에 축구라는 또 하나의 트렌드가 생겨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미리 본 인천 유나이티드의 2006년〉

2005시즌 도중 인천의 핵심 수비수로 주목받던 이정수가 조명이 없는 숙소 근처의 잔디밭에서 개인훈련을 하다가 하수구에 발이 빠져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제외되는 `사건'이 있었다.

숙소가 따로 없어 인천발전연구원 근처의 공무원연수원을 이용했으며 리그 기간 중 경기가 없는 때면 천연잔디가 있는 연습구장을 찾아 강원도와 경기도 등지로 때아닌 전지훈련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의 연습구장 문제는 곧 해결될 전망이다.

인천시 승기수질환경사업소에 천연잔디구장을 새로 건립하는 예산이 마련돼 이르면 오는 3월 착공할 예정이라는 것.

지난해 12월 16일 준우승 자축연에서 구단주 안상수 인천시장은 축사를 통해 “연습구장을 새로 마련하기 위해 이미 준비에 들어갔다”며 “2006 시즌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겨울임에도 공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숙소를 짓는 사업은 예산 문제 등으로 불투명한 상태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넉넉지 못한 구단살림도 2006 시즌부터는 다소나마 어깨를 펼 수 있을 전망이다.

국회에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천 유나이티드는 시민구단으로서 전체 1년 운용비 중 30%를 인천시 재정으로 도움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구단의 1년 전체 예산을 놓고 보면 부족한 수치지만 구단주와 단장이 스폰서를 구하러 이리저리 뛸 일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또한 시 예산 중 일부를 지원함으로써 시민구단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명분과 함께 시민들의 관심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등 돈 문제 외적의 긍정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뛰어난 성적을 거둬 구단의 위상이 오른 것과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덕택에 2006 시즌에는 한결 수월하게 기업들의 광고와 스폰서 문의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6 시즌부터 다시 실시된 신인 드래프트제로 뽑은 K2리그 득점왕 출신 김한원의 가세는 지난 FA컵을 통해 확인된 K2리그의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을 봤을 때 분명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축구 전문가들은 뚜렷한 선수보강은 없지만 눈에 띄는 전력누수도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창단 3년, 장외룡 체제 2년째를 맞아 더욱 장외룡 축구의 본색을 드러낼 시기가 됐다고 말한다.

1월 초 다시 시작되는 고된 훈련을 통해 인천 유나이티드는 그들의 지지자에게 다시 한번 승리의 기쁨을 안겨줄 긴 여정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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