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는 역대 어느 대회때보다 우승컵의 향방을 점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한국 땅을 밟았고 곽주영(금호생명) 등 대어급 신인들도 풍성해 지난 여름리그에서의 판도는 단지 참고 자료에 불과할 정도다.

특히 전통적 강호인 신세계와 삼성생명, 현대가 현상 유지에 머문 반면 금호생명,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그동안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들의 전력은 한결 탄탄해져6개 팀 모두가 우승 후보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항상 꼴찌를 도맡아하던 금호생명의 돌풍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하느냐는 것이 겨울리그 판도의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지금까지 용병의 개인기에만 의존했던 금호생명은 노련한 포인트 가드인 정윤숙을 현대에서 데려왔고 일찌감치 국가대표에 뽑힐만큼 초고교급 실력을 자랑하던 곽주영의 가세로 포스트도 어느 팀 부럽지 않게 됐다.

또한 이번 시즌까지는 다른 팀보다 1명 많은 2명의 용병을 기용할 수 있는 특혜를 누려 최소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름리그에서 5위에 그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국민은행도 이번 리그 최고 용병으로 손꼽히고 있는 홀즈클로를 앞세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올 시즌 WNBA 득점왕과 리바운드왕을 석권한 홀즈클로는 명성답게 연습 경기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쳐 새로 사령탑을 맡은 정태균 감독을 설레게 하고 있다.

여름리그에서 3위를 차지했던 우리은행은 이번에는 우승을 노리고 있다.

조혜진, 이종애, 김나연, 홍연희 등 기존의 토종 멤버들이 건재한데다 신인 김지현도 당장 주전 자리를 노릴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용병 캐칭은 공수가 모두 뛰어난 올라운드플레이어로 올 시즌 WNBA 신인왕을 거머쥐었으며 올스타에도 뽑힐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하위권 팀들의 반란이 기대되는 가운데 그동안 우승을 나눠가졌던 현대와 삼성생명, 신세계는 힘겨운 시즌이 될 전망이다.

먼저 여름리그 우승팀 현대는 어려운 팀 사정으로 특별한 전력 보강없이 겨울리그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천 감독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이영주 감독대행 체재로 이번 대회를 치르게된 현대는 무려 6명의 선수가 은퇴했고 연습 환경도 열악한데다 용병 선발도 늦었다.

하지만 전주원과 김영옥 등 고참 선수들이 후배들을 다독이며 빠르게 분위기를 추스렸고 수 년째 호흡을 맞춰온 샌포드도 건재해 순순히 왕좌를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현대에 막혀 여름리그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삼성생명은 이번 대회를 우승을 차지할 적기로 보고 있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것같다.

이미선-박정은-변연하-김계령 등 토종 라인업은 6개 구단 최강이라는 평가지만 용병의 기량이 다른 구단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지난 겨울리그 우승팀 신세계는 여름리그에서 4위까지 추락해 상한 자존심을 이번에 만회하려고 벼르고 있지만 국가대표 포인트가드인 양정옥이 무릎 부상으로 뛸수 없는 것이 아킬레스건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뒤 WNBA 진출을 노리는 정선민이 배수의 진을 치고 반드시 우승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고 여름리그에서 부진했던 이언주와 장선형도 예전의 위력을 되찾아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이문규 감독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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