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조선시대를 풍미한 예인(藝人) 바우덕이의 혼이 시공을 뛰어넘어 세계 곳곳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5대양 6대주를 넘나드는 공연에서 단원들은 반만년 이어져 내려온 우리 민족의 애증의 역사와 이 가운데 피어난 민족혼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있다.

국민적 축제로 자리매김한 바우덕이축제의 중심에서, 수백 여회에 이르는 해외공연을 통해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풍물단으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우리 민족의 예술 혼과 민중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이들을 우리는 혼(魂)의 전사라고 부른다. <편집자 주>


◇남사당이란?
 
남사당이란 조선후기 장터와 마을을 다니며 춤과 노래, 곡예를 공연하던 단체로서 전문공연예술가들로 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연예집단이다.

이들은 꼭두쇠를 중심으로 공연계획을 수립해 기량을 연마했고 전국 장터를 다니면서 풍물놀이는 물론이고 줄타기, 탈놀이, 창(노래), 인형극, 곡예(서커스)를 공연했다.

조선시대 후기에 결성되기 시작한 남사당의 발생지는 안성 서운면 청룡리에 위치한 청룡사로 이곳의 남사당을 `안성 남사당'이라 불렀다.

이후 안성 남사당은 15세의 어린 나이에 꼭두쇠로 추대된 `바우덕이'라는 여인이 여성으로는 최초로 이끌게 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흥선 대원군이 경북궁을 중건하는 데 바우덕이가 이끄는 안성 남사당패가 공연을 펼쳐 노역자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이에 흥선 대원군은 감사의 표시로 옥관자를 하사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옥관자는 당상관 정삼품에 해당하는 벼슬로 유랑 천민집단으로 일개 놀이패에 불과한 안성남사당에 이렇듯 고관벼슬을 내린 것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옥관자가 걸린 사당패 깃발을 앞세우면 전국의 모든 사당패가 엎드려 절을 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안성 남사당패는 바우덕이라는 여인의 이름으로 불리며 전국 남사당패와 모든 놀이패의 최고 우두머리 단체가 됐다.

국내 연예계와 학계에서는 이때부터가 대한민국 연예계가 발생한 시점으로 보고 있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연예인을 `바우덕이'라고 평하고 있다.

그러나 안성 남사당은 일본의 침략과 함께 시작된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따라 해체와 결성을 반복해 가며 그 명맥마저 끊길 뻔한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명성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남사당의 본산인 안성 남사당을 되살리기 위해 안성의 풍물인들이 1982년 남사당 보존회를 구성했다.

이후 마지막으로 안성 남사당에서 활동했던 김기복씨를 중심으로 남사당 문화를 복원했으며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는 2002년 전국 최초로 상임단원과 명예단원 50여 명으로 구성된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으로 창단해 23세의 꽃다운 나이에 요절한 바우덕이의 예술정신과 남사당의 민족민중문화를 계승·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 대한민국 대표풍물단

지난 2002년 여름, 우리나라는 윌드컵을 통해 4강의 기적과 함께 한국인의 저력과 힘, 역동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아울러 지난 월드컵은 반만년 역사를 간직한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높은 문화·예술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나자 세계인들의 이목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대한민국을 떠났다.

2년 후인 2004년, 이들의 눈과 귀는 영웅과 신화의 나라 그리스에서 개최된 올림픽으로 다시 모아졌다.

유럽 문화의 모체를 자부하며 역대 최고의 문화올림픽을 표방했던 그리스는 세계 40여개국의 문화사절단을 초청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사절단으로 초청된 안성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풍물단은 이곳에서 지난 2002년 그러했듯이 전 세계인의 이목을 또 한번 집중시켰다.

천년고도 아테네의 중심인 오므니아 광장에서 시작된 원더풀 코리아(wonderful korea) 열풍은 마라톤으로 유서가 깊은 까리비 해변으로 이어지며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광장과 해변에 운집한 1만여 관객들은 국내인들에게도 생소한 남사당 여섯마당 완판을 관람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우리 전통 가락과 춤사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신명나는 가락에 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넘어질 듯 돌아가는 단원들의 몸 동작 하나 하나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세계 줄타기 기록 보유자인 권원태 단원과 박지나(고교), 서주향(초등)양이 외줄타기 기예를 선보일 때면 이들은 연신 탄성을 질러댔다.

그리스 국영방송은 생방송을 통해 남사당놀이를 소개하기에 이르렀고 현지 언론들도 앞다투어 풍물단을 소개했다.

도라 바코야니스 아테네 시장은 방송에서 “풍물단의 공연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색다른 공연이었으며 이로 인해 올림픽 행사에 더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유럽을 휩쓴 원터풀 코리아
 

2005년 7월 풍물단은 프랑스 최대의 전통 민속축제인 콩폴랑 축제를 시작으로 장장 한달여가 넘는 기간 동안 프랑스 전역을 돌며 100여 차례에 가까운 공연을 펼쳤다.

풍물단은 프랑스 도착 직후부터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2004년 아테네 공연에서 원더풀 코리아 열풍을 일으킨 풍물단에 대해 이미 현지인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콩폴랑 축제에는 세계 13개국에서 대표단이 참가해 각 국의 전통문화예술을 선보였다.

풍물단은 주빈으로 초청되어 첫 공연을 갖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난타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았다면 풍물단은 유럽인들을 매료시키며 극찬을 받은 셈이다.

바꾸어 말해 우리 전통 공연이 세계적인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시킨 것이다.

프랑스 전역을 돌며 펼쳐진 풍물단의 공연은 오는 2012년 세계 민속 축제를 유치하기 위한 안성시의 노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풍물단은 이밖에도 2005년 1월과 5월, 독일 슈트투가르트에서 열린 국제관광박람회(CMT)와 대표적 항구인 함부르크에서 열린 개항축제에 참가해 공연하는 등 주빈국의 위상을 드높이며 유럽인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각인시키는 의미 있는 공연을 갖기도 했다.

올해도 풍물단은 1월 홍콩구정축제에 초청되어 세계적 공연단들과 함께 공연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독일 월드컵과 권위 있는 세계적 축제에도 다수 참가해 아테네올림픽과 프랑스 공연 등으로 높아진 위상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매년 4월과 10월 사이 남사당전수관에서 열리는 상설공연과 국내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국제회의에서의 초청공연에서도 관객들에게 한 단계 높아진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이동희 단장 인터뷰〉

시립풍물단을 창단 3년여라는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풍물단으로 성장시킨 이동희 단장(안성시장)은 먼저 “감회가 새롭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처음 바우덕이축제와 시립풍물단 창단을 계획할 때 “그나마도 부족한 시 재정으로 허튼짓을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또 “안성시민들조차 바우덕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주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단장은 “3년여가 지난 지금 풍물단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초청받아 비싼 개런티를 받으며 공연할 만큼 성장했으며 전 세계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외교사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여건에도 김기복 선생 이하 단원들의 열정으로 이뤄낸 값진 결과라는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단장은 풍물단의 해외공연에 대해 “자국문화의 우월성에 빠져 있는 보수적인 유럽인들의 혼을 뒤흔들고 귀국할 때면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공연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전통 예술도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상품으로 전혀 손색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나라마다 각기 다른 국민적 정서나 환경, 또 축제마다 다른 주제에 걸맞는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단장은 “올해도 풍물단은 독일 월드컵, 이밖에도 권위 있는 세계적인 축제에 다수 초청돼 공연할 계획”이라며 “이들에게 평생 경험하지 못한 진한 감동과 흥겨움을 한아름 선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