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세계적 권위의 2001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세밑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동 피아니스트 임동혁(18)이 EMI에서 데뷔 앨범을 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추천(Martha Argerich Presents)'이란 문구가 재킷에 또렷이 새겨진 이 앨범에는 쇼팽의 「스케르초 제2번 내림나단조 작품 31」「야상곡 내림라장조 작품 27의 2」「발라드 제1번 사단조 작품 23」「연습곡 다장조 작품 10의1」, 슈베르트의 「4개의 즉흥곡 D.899」, 라벨의 「라 발스」 등이 수록됐다.

모두 그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자신 있어하는 곡들이다.

콩쿠르 우승 후 올해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와 지난 3월 통영국제음악제 등에서 오케스트라 협연무대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실력을 선보인 바 있으나 독주곡 소개는
처음이다.
아르헤리치 뿐 아니라 수많은 국내외 평론가들도 인정한 것이지만, 음반을 통해
드러나는 임동혁의 테크닉과 음악성은 역시 놀랍다.

18세 소년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탁월한 테크닉과 음악의 구조를 읽어내는 눈, 작품을 이끌어가는 내적 조형감각, 스피디한 리듬감 등등 흠잡을 데가 없다.

가령 슈베르트의 「4개의 즉흥곡」을 크리스토프 에셴바흐나 머레이 페라이어,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등 이 곡의 최고 명반으로 꼽히는 피아니스트들의 음반과 비교해봐도 크게 손색이 없다.

특히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의 「제1번 다단조」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 속에 내재된 관조하는 듯한 격조높은 낭만성과 천변만화하는 음색과 강약의 조절로 표
현하는 극히 섬세한 악상(樂想)의 직조(織造)가 경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쇼팽의 작품들 역시 투명하게 정제된 타건의 매력과 그 나이에서는 쉽지 않은 적절한 정서적 통제가 결합된 우아하고 정교한 연주가 인상적
이다.

아르헤리치의 명연을 연상시키는 임동혁의 「라 발스」는 잘 통제된 현란한 테크닉과 테크노풍의 천재적 감수성이 빚어내는 한 편의 드라마다.

비록 개인적으로 볼 때 이보 포고렐리치의 데뷔 때 만큼의 충격적 천재성은 아니라 해도 분명 보기드문 천재적 재능을 가진 임동혁의 앞날은 약속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임동혁이 '반짝 신동'으로 사라지지는 않으리라는 기대는 그가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자신도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그는 하루 6-7시간 집중해 연습하는 노력파이다.

그가 너무 이른 나이에 쏟아지는 찬사와 스포트라이트에 현혹되지 않고 꾸준히 정진을 계속한다면 분명 마우리치오 폴리니나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못지 않은 대피아니스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임동혁의 성공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가깝게는 2005년 제15회 쇼팽 국제콩쿠르 우승을 비롯한 낭보를 그가 계속 전해올 수 있도록 거국적인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4학년에 재학중인 임동혁은 데뷔 앨범에 수록된 레퍼토리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해 오는 7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에서 귀국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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