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가 재밌다'

2003한국배구슈퍼리그의 관심이 여자부에로 쏠리고 있다.

`국가대표팀' 삼성화재의 6년 연속 우승이 불보듯 뻔한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는 선두 현대건설부터 꼴찌 흥국생명까지 5팀이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KT&G(담배인삼공사)에 무너져 국내대회 29연승 끝에 발목이 잡혔고,이변의 서막을 연 KT&G는 2년 연속 슈퍼리그 꼴찌 도로공사의 연승 제물이 됐다.

선두 도로공사도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도로공사는 3연승을 달리는 동안 최하위 흥국생명(3패)에 먼저 두 세트를 빼앗기는 등 가장 부진한 경기내용을 보여, 종잡을 수 없는 전력 판도를 더욱 실감케했다.

여자부가 현대건설의 `3년 천하'에 마침표를 찍고 `춘추전국'의 혼돈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도로공사의 변신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년 연속 꼴찌 수모를 겪는 동안 신일균, 차해원 두 감독이 경질되고 선수들이 회사 몰래 승리를 비는 굿판을 벌이다 송사에 휘말리는 등 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도로공사는 1년 전 김명수 목포여상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히면서 화려한 변신을 시작했다.

도로공사는 당초 고위층에서 팀 해체를 고려했으나 "1년만 더 시간을 주자"는 직원들의 간청이 받아들여져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고, 선수들은 인화를 내세우는 김명수 감독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사상 첫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배수진을 친 도로공사 전력의 핵은 레프트 임유진과 세터 김사니다.

지난해 드래프트 1순위로 기대를 모았다가 `헛방'만 날렸던 임유진은 이미지 트레이닝과 체력보강 덕에 어린 티를 벗고 팀의 주공격수로 급성장했고 김사니는 토스의 정교함에 두뇌 플레이까지 터득,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대표팀 주전세터 자리도 예약했다.

그러나 도로공사의 돌풍이 지속될지는 아직 장담하기에 이르다.

도로공사가 정상까지 질주하느냐는 일단 10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

도로공사가 현대건설마저 제친다면 거침 없는 선두 질주를 계속할 게 틀림없지만, 그 반대의 경우 지난해 흥국생명처럼 순식간에 전열이 흐트러지면서 `찻잔속 태풍'에 그치거나 현대를 정점으로 나머지 4팀이 물고 물리는 1강4중의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자부의 경우 현대나 도공이나 삼성화재처럼 `어른이 어린 아이 손목 비틀기'식 독주를 더 이상 못할 것이란 점은 분명한 사실이자 엄연한 현실이 됐다.

도로공사의 대약진과 잇단 파란 속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슈퍼리그는 9일 목포 실내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나흘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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