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학생들의 예·체능 과목 내신반영을 놓고 학부모와 교원 등 이해집단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체능 과목 평가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의견과 내신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자칫 해당 교사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으로 대립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해집단 사이에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당초 1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예·체능과목 평가체계 개선 세부실천방안'을 보고키로 했다가 취소했다고 한다.

예·체능 성적 내신반영에는 학부모들간에 찬반이 무성할 뿐 아니라 예·체능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반발 또한 적지 않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내신에 반영되지 않는 예·체능에 관심을 가질리 없고 결국 시장원리에 따라 담당교사들의 설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며 생계를 위협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인수위에 보고하기 위해 준비한 `예·체능과목 평가체계개선 방안'은 노 당선자의 공약사항으로 우리 교육이 온통 입시에 매달리다 보니 내신에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예·체능 과외가 성행하고 이 때문에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있어 내신에서 제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예·체능과목을 내신성적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예·체능 수업시간은 자율학습시간이나 휴식시간 정도로 전락하게 될 것이 뻔하다며 예·체능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발상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의견은 사교육비에 부담이 되는 과목은 국·영·수 등 중요 교과목에 국한되고 있으며 예·체능에까지 사교육비를 들이는 건 일부 부유층에서나 있는 일이라며 중요 교과목 뿐 아니라 예·체능과목도 인간교육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체능성적의 내신반영 제외는 우리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능가하는 현 실정에서 국민의 걱정거리를 덜어주려는 발상으로 이해가 되지만 교육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통한 개인의 성장기회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노무현 당선자의 의견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노 당선자의 대입제도 개선안에도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고 또 특기·적성교육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서두르지 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심도 있는 연구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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