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방의 집중호우 피해가 채 가시기도 전에 15호 태풍 루사가 불어닥쳐 전국 곳곳을 할퀴어 놓았다. 피해집계에 따르면 19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도로유실, 농경지 침수 등 물적 피해도 엄청나다. 이번 태풍이 지난 59년 한반도를 강타했던 사라에 이어 두 번째로 강력한 것이어서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피해규모나 이재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 앞에서 할 말을 잃게 한다. 순식간에 가족을 잃고 길거리에 나 앉게 된 이재민들에게 십시일반으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다.

인천과 경기도 지역의 수해정도는 경남지방이나 강원도의 피해에 비하면 천만다행이다. 그렇지만 수해를 당한 시민들과 도민들 입장에서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치권도 피해복구에 힘을 모으는 것은 물론, 향후 예방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추석명절을 코 앞에 두고 참변을 당한 이재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가능한 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침수지역에서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수인성 질병과 피부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상수원지역의 물이 가축분뇨와 인분, 생활쓰레기 등으로 오염되거나 간이 상수도, 샘물 등에도 이물질이 스며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보건 당국의 조치에 못지 않게 주민 각자가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손발을 깨끗이 씻고 오염된 것은 아깝더라도 과감히 폐기처분하고 날음식이나 찬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지켜야 한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폴로 눈병이 침수지역에서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도 있다.

지금은 천재냐 인재냐를 놓고 구태의연한 논란을 되풀이 할 때가 아니다. 다만 재해예방과 뒷수습에서 중앙정부의 역할과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구분해 시행에 옮기라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경남 김해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으나 그것이 법 체계상으로나 측면에서 타당한 조치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는 한 지자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일차적으로 지방정부가 책임진다는 자세를 확고히 가져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은 인재냐 천재냐를 놓고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피해를 복구하는데 온 정열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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