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란 주제가 아이들의 글쓰기에 적당한가 아닌가는 딱히 단언하기가 어렵다. 통일은 정치 문제이면서 사회 문제이며, 민족 전체의 과제이면서 국가 역사의 거대한 페이지를 여는 일이니, 아이들이 접근해 글을 쓰기에는 다소 벅찬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초등학생은 초등학생대로, 직·간접으로 얻어들어 느끼는 그만한 또래들의 생각이 있을 것이고, 또 중학생은 중학생대로 그 연령대에서 바라보는 나라의 통일에 대한 사고 유형이 있을 것이다. 성인에 가까운 고등학생들이라면 좀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성도 싶다.
 
그러나 이번 백일장에 참가한 900여 편의 시와 산문은 그 내용에 있어서 거의 `천편일률’, 그리고 생각의 깊이에서 대부분 `수박겉핥기’란 말이 꼭 들어맞았다. 그 까닭은 모든 글들이 자신의 평소 생각이나 주위에서 보고 들은 생생한 경험치가 아니라, 전적으로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통일에 대한 학교 교육의 실태는 어떠한지, 가정에서의 통일에 대한 대화는 이루어지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망외(望外)의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따라서 통일이라는 주제는 역시 아이들에게 무리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중에도 상위 입상한 몇 편은 발상의 참신성, 그리고 아이들로서는 의뭉스러우리만치 분단 현실을 자기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의젓한 태도가 돋보였다고 말하고 싶다.
 
대상작인 연수여자고등학교 1학년 성명비 학생의 시 〈통일이 되면〉은 남북 분단의 현장을 통해 `더운 날 갈증과도 같았던' 통일을 스스럼없이 상징해 낸 솜씨가 미덥고 뛰어났다. “개마고원의 웅장한 기운이/민족의 물결로 다가와/하늘을 닮은 백록담 수면을/잔잔하게 흔들어 놓을 그날엽 같은 좋은 표현도 이 작품이 대상을 차지할 수 있게 한 요소다.
 
또 하나의 대상작인 신명여고 1학년 김효정 학생의 수필 〈한 가지 바람〉도 아주 좋은 글이었다. 어느 날 밤 우연히 맞닥뜨린 할아버지의 소리 없는 눈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쓴 독창적인 글이다. 특히 할아버지의 평생 소원(바람)과 그것을 실어갈 바람에 대한 중의적(重義的) 표현이 재미있다. 전반적으로 글을 풀어가는 수법이 침착했고, 결말 부분에 배치한 북쪽 할머니의 죽음 등, 극적 효과도 우수하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인천여고 1학년 이현지 학생의 〈바람이 분다〉는 나름대로의 통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건강한 관념이, 강화여중 장보영 학생의 〈우리는 하나다〉가 보여준 소박하지만 통일의 주체로서 보통 사람들에 대한 당연한 확신, 그리고 연성초등학교 1학년 김성아 어린이의 시 〈가고 싶어요〉는 끝부분이 다소 아쉬웠지만 처음 두 연의 참신한 표현은 발군이다.
 
이밖에도 다른 입상 학생들에게도 축하를, 또 선에 들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격려를 보낸다.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 이목연(소설가), 김진초(소설가), 한창원(시인), 김윤식(시인)〉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