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남과 여

일본어 가운데는 우리말 `엄청시하'에 해당하는 `가카덴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일본 군마현이라는 고장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즉, 군마현의 여자가 일을 너무 잘해 남자는 여자 앞에서 으스대지 못한다는 뜻으로 `우리 아내가 천하제일'이라고 했던 군마현 남자들의 말에서 비롯됐다. 그러다보니 이 고장의 여성들은 확실히 위세 당당하고 남성 못지않게 유능해 성차별에 대해서도 꽤나 민감하기로 유명하다. 남성이 어줍잖게 잘난척 했다가는 따귀 맞을 각오를 해야 하며 연애를 하다가 헤어져도 가슴앓이를 오래 하는 쪽도 남성들이다.

그런가 하면 야마구치현의 남성들은 남성우월주의자가 많다. 이들은 남자라면 출세해 정치가나 기업가가 돼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크기 때문에 배우자도 내조 잘하고 얌전한 여성들을 선호한다. 실제로 야마구치현은 일본에서도 거물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배출되고 있어 이같은 지역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야마구치현 남성들보다 한술 더 떠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곳으로 이바라키현을 꼽을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여성들이 `당신 뒤를 따를게요'하지 않으면 남자에게 시집가기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더구나 이바라키현 남성들이 대체로 화를 잘내고 싫증을 잘내는 것으로 유명한 데 이러한 남성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여성들의 인내야말로 어찌 대단하지 않겠는가 싶다. 이렇듯 일본에서는 많은 행정구역 만큼이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 결혼을 할라치면 어느 고장 사람인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젊은 미혼여성들은 물론 `아줌마'들 조차 선호하는 남성상을 얘기할 것 같으면 한결같이 `꽃미남'을 가리킨다고 한다. 여자보다 곱고 하얀 피부에 눈웃음이 특징이고 몸매는 호리호리 하면서도 가냘픈, 그러면서 성격은 부드러워야 한단다. 세대도 지역성도 무시하고 모두가 꽃미남을 선호하는 데는 `남성을 보호해주고 싶다'는 이유가 큰 데, 갈수록 `당신 뒤를 따르겠다'는 여성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을 듯 싶다.
(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