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교통사고의 원인으로는 음주운전을 비롯, 중앙선 침범 및 안전운전불이행 등 법규위반에서부터 본인의 부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지난 99년에는 아주 흥미있는 교통사고 분석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의 의뢰로 서울대와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97년부터 2년동안 공동연구한 `교통사고 상해에 관한 사례 조사'라는 연구결과인데 이 연구에서 `이혼 또는 사별한 사람이 교통사고를 가장 많이 일으킨다'는 결론이 나왔다. WHO는 지난 96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16개국을 대상으로 국제 교통상해사고 역학조사를 벌여 오고 있다. 조사결과 이혼과 별거 또는 사별 등으로 인해 가정이 불안한 기혼자는 안정된 경우보다 17배 이상, 미혼자보다 12배 이상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 이같은 수치는 승용차 운전자가 일반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28개 교통사고 위험요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인 것으로 분석됐다. 두번째로 높은 사고 위험요인인 결빙 또는 빗길로 인한 노면상태 불량보다도 사고발생률이 3배 이상 높다니 행복한 생활 여부가 교통사고발생의 주 요인으로 대두됐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운전자 질병과 음주운전 교통사고 유경험자 등의 순으로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차량 색깔별로는 흰색 승용차가 검정색보다 4배 가량 사고위험이 높았다. 게다가 남의 차를 몰 때가 자기 차를 운전할 때보다 2배 가량 사고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기능직 근로자가 전문직이나 사무직 근로자에 비해 3∼5배 교통사고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봄철(3∼5월)과 겨울철(12∼2월)이 다른 계절에 비해 2∼3배 가량 사고위험이 많은 계절로 지적됐다. 한마디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정이 안정되고 음주운전을 말아야하며 검정색 차에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야 된다는 분석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10쌍이 결혼을 하면 4쌍이 이혼을 하고 있다니 비단 교통사고만이 아닌 또 다른 안전사고의 양상이 우려된다 하겠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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