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 항동 제2경인고속도로 종점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인천항 개항100주년 기념탑'이 끝내 완전히 철거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란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는 11억4천여만원을 들여 지난 83년 6월 중구 항동 7가 교차로 중앙 394평 부지에 건립한 개항100주년 기념탑에 많은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완전 철거키로 결정하고 다음달 중순께 철거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제 이 기념탑은 역사책이나 자료집에서나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사실 이 기념탑은 수년전부터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제 개항한 것을 기념하는 것은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철거를 주장해 왔었다. 더욱이 기념탑이 제2경인고속도로 입구 진·출입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흐름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대형화물차량들의 운행에 따른 시설물 손상이 심하며 유지 관리비용이 연간 1억원에 달하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시민 여론조사 결과와 시의회의 의견을 수용해 탑신만을 철거하고 기타 조형물은 국제여객터미널 앞 해양친수공원이나 월미도공원, 시립박물관 등에 이전키로 결정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조형물의 이전은 외국인 관광객이나 시민들에게 볼거리로 제공되지 못해 흉물화가 우려되고 과다한 이전비용 소요 등으로 완전 철거키로 결정한 모양이다.
 
인천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개항 100년을 기념하고 시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상징물로 삼는다는 취지로 건립한 이 기념탑은 결국 수명 20년도 못채우고 사라지게 됐다. 인천시 스스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거창하게 기념탑을 세우고는 20년도 못돼 다시 돈을 들여 철거한다니 기념탑 존치-철거 타당성 논의에 앞서 한치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인천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20여년전 이 탑을 세우자고 의견을 내고 이에 동의한 인천시 관계자와 각계 인사 등은 지금 어떤 심경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잘못된 결정이었다면 누구든 그 책임도 지는 이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기념탑을 잘 세웠다고 박수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던 수많은 인사들은 옷깃을 다시 여며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이번 기념탑 완전철거 결정이 앞으로 인천시내에 무슨 무슨 기념물이나 조형물 등을 세울 때마다 한번더 심사숙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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