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4기 출범과 함께 벌써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방정부 사이에서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대수도론'을 둘러싸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단체장들 사이의 갈등이 심각한 수위에 도달해 있다.

대수도론은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중심이 되려면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을 하나로 묶어 대수도 개념의 통합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김 지사의 선거공약에서 비롯됐다.

◇대수도론의 등장

서울·경기·인천의 주요 현안을 통합시스템으로 처리하자는 `대수도론'이 제기됐다. 수도권 3개 시·도에 대해 사실상 `통합 행정'을 펴자는 구상이다. `그랜드 메트로(Grand Metro)' 개념의 `대수도' 행정을 도입해야만 이미 유기적인 거대도시 체제를 이룬 베이징권, 상하이권, 도쿄권 등과 견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수도론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들고 나왔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에서 베이짚상하이·도쿄와 경쟁할 수 있는 곳은 수도권밖에 없는데 행정도시 건설 등으로 이걸 쪼개자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이 아닌 수도권 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수도권 주민들이 공유하는 공기와 물, 공원·녹지, 대중교통, 도로, 복지 등의 분야에서 서울·경기·인천의 정책 통합·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선거 유세 와중에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 후보 등 한나라당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만나 환경·교통·건설 분야 등에 대한 정책공조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민선 3기의 서울·경기·인천 광역단체장도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갈등을 빚은 사례는 많다. 서울시는 시내 혼잡이 우려된다며 경기도 광역버스의 서울 진입을 막아 갈등을 빚어왔으며, 경기도는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화성시에 납골당을 확보해 사용하려 하자 아무런 상의 없이 혐오시설을 들여오려 한다며 저지해 왔다. 서울 지하철 기지창을 경기도 내에 설치하는 문제도 항상 분쟁의 대상이었다.

또 한강을 따라 인천 앞바다에 쌓인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를 놓고도 서울·경기·인천은 처리 주체 및 비용부담에 이견을 보이며 마찰을 빚어 왔다. 광역도로를 개설, 관리하는 문제는 `단골' 분쟁거리였다.

`대수도론'은 이처럼 서로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에 대해 `빅딜'과 `공존·공생'을 강화해 수도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서울·경기·인천이 같은 생활권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서울은 경기도의 광역버스 진입을 허용하고 경기도는 서울시의 납골당 건립을 받아들이는 빅딜이 가능해지며, 환경시설의 경우 서울·경기·인천의 인접한 기초자치단체들끼리 공동 건립·사용할 수 있다는 것.

문제는 `대수도론'이 실현되려면 광역자치단체에 많은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물 관리만 해도 환경부가 쥐고 있고, 수도권대학설립 제한 등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한 둘이 아닌 상황이다. 먼저 이 같은 규제를 풀지 못한다면 `대수도론'은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대수도론의 당위성 논란
  지역간 협력을 통한 광역행정은 지방자치의 효율성과 발전을 위해 적절하다는 의견도 보인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대수도론'의 핵심이 수도권의 규제완화이고 이는 수도권 집중억제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기조에 역행하므로 철회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연 기존의 수도권정책 유지가 바람직한 것인지 마음을 열고 생각해볼 시점이다.

수도권 규제정책은 1964년 대도시 인구집중방지책을 시작으로 수십 년간 온갖 실험을 해왔으나 한계에 왔다는 게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쪽의 판단이다.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을 억제한다고 교통혼잡 등 과밀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었고 수도권의 규제가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

최근까지 논란이 됐던 행정도시 건설이나 대규모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정부의 초강경 시책이 나온 배경 자체가 기존의 정책으로는 정책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한 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세계화 정보화의 진전으로 국가의 장래가 대도시권의 경쟁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논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

김문수 지사는 “수도권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비수도권 지역이 아니라 베이짚상하이·도쿄 등 해외 대도시권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의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은 비수도권이 아닌 중국 등 주변 경쟁국의 몫으로 돌아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수도권 규제로 공장건축이 무산된 시점에서 지방이전을 고려한 경우는 2%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 대신 상당수 중소기업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국내 기업조차 해외 러시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자본이 지방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대수도론자는 “수도권이 광역화되면서 교통 환경 등 도시문제들을 한 지역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졌다”며 “현재 서울 중심에서 반경 약 40km권은 서울시의 통근영향권에 속해 사실상 같은 광역생활권인 여건에서 생활현안마저 지역간 이해대립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점을 볼 때 수도권의 문제를 행정구역을 초월해 통합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런던·파리·뉴욕 등 외국 대도시들의 광역행정은 이미 알려진 바이고 국경을 초월한 도시간 연대도 추구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대수도론을 주장하는 측은 “수도권 통합론이 합리적인 수도권 규제까지 무조건 풀자는 입장은 아니다”며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개발행위는 계획적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는 만큼 계획적 성장관리의 요체는 광역생활권 단위로 개발할 곳과 보존할 곳을 미리 선정하는 입지적 요소와 도시기반시설의 수용능력에 따른 개발의 시기조정 그리고 개발시 비용부담 주체를 명확히 정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계획적 제어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즉, 향후 수도권의 정책방향은 중앙정부 주도의 총량규제 방식에서 광역협의체 중심의 계획적 성장관리체제로 전환돼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대수도권론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수도론에는 수도권 규제에 집착해온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난제가 최대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더욱이 정부는 선택적 집중의 이점보다 시혜적 분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게 대수도론을 주장하는 측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홍콩을 인수하기가 바쁘게 광역화 계획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였고, 미국의 뉴욕과 뉴욕주도 상호 협력관계에 들어서면서 도시 경쟁력이 되살아난 전례를 참고하면서 정부의 시각도 미래지향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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