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잇따라 방문해 새 정부 첫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준협조를 요청했다. 총리 내정자에 대한 공식발표전 야당등과 사전협의를 거치겠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지만 당선자의 행보로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다. 현실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에서 총리인준 절차를 원만히 진행하고 향후 국정운영에 협조를 요청한다는 포석도 읽혀진다. 정치권에서는 다소간 파격적이라 할 측면도 지니고 있는 노 당선자의 이같은 행보가 단순히 소수당 정부의 총리인준 전략차원을 넘어 새 정부와 거대 야당간의 새로운 관계설정의 전반적 기초가 될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새 정부 첫 총리로 `행정의 달인'이라는 세평을 듣고 있는 고 건 전 총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사실은 `개혁 대통령-안정 총리'구도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노당선자측의 의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새 정부가 표방하는 개혁노선에 대해 기대와 함께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눈길도 적지않은 상황에서 안정적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신뢰 확보는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 건 총리 카드는 과거 여러 정부에서 총리와 서울 시장을 비롯, 요직을 두루 거친 행정경험과 국회에서의 인준 가능성을 두루 감안해 내린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 내정자에 대해서는 새 정부의 전반적 색채와는 거리가 있는데다 소신보다는 처세로 요직을 옮겨다녔다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않아 당선자 진영이 의도하는 개혁과 안정의 조화가 실제 가능할 것인지 유보적 여론이 적지않은 듯하다. 특히 노 당선자측이 정당과 선거제도 개혁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점으로 미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격랑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 건 카드는 그만큼 노 당선자가 집권초반 개혁과 국정시스템의 수리에 전력투구하겠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 그같은 전제아래서 보면 겉보기에 통상적 정부행정 기능은 무난히 돌아가지만 주요 국가정책은 정치권의 날세운 힘겨루기 아래 표류하는 사태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야는 고 총리 내정자에 대해 엄정하고도 투명한 검증을 다짐하고 있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인준절차를 통과하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일각에서 병역기피 의혹 등을 제기하고, 한나라당 개혁성향 모임인 `국민속으로'가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의원들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현재로선 속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고 내정자가 과거 여러 요직을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하나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인준과정에서는 장상, 장대환, 김석수 전 내정자들의 연장선상에서 일관성 있는 검증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새 정부 첫 총리가 정치적 절충과 타협으로 인준과정을 통과했다는 인상을 주지않도록 여야 모두 엄정한 자세로 임해야할 필요성이 크다 하겠다. 그 관건은 물론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에 대한 국민적 동의 여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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