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외환은행 이천지점이 도둑에게 금고가 털린 것은 피해품이 공수표여서 직접적인 피해는 논외가 될 지 모르지만 은행측이 이번 사건에 보인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돈을 들여 설치한 보안시스템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경찰은 은행측이 지난 23일 오후 이번 사건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지만 감식결과 하루전인 22일 오후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은행직원이 23일 오후 발견했다고 신고해 경찰이 수사중이지만 중요한 점은 발견 즉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지체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은행측이 불성실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범인은 은행 건물 옆 골목으로 침입해 외벽을 뚫고 공수표인 10만원권 자기앞수표 6천여매를 훔쳐갔다. 도둑이 훔쳐간 공수표는 당연히 사용할 수 없는 것이나 은행이 10년간 보관해야 되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범인 검거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은행측은 수표 도난 발생후 즉각 신고치 않아 경찰의 범인 추적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범인은 폭 1m도 안되는 좁은 골목으로 7m정도나 들어가 시멘트 벽을 뚫고 또 2중으로 돼 있는 철판을 용접기로 절단한 후 밖에서 손을 넣어 수표를 꺼내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분홍색 마대자루 1장과 생활정보 신문 3장, 절단된 철판과 목장갑 비닐 포장지 등이 주변에 널려 있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 범행시각이 은행측이 신고한 23일 오후가 아니라 22일 새벽이거나 하루전인 22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은행측이 경찰에 신고한 것은 무언가 숨기려고 급급했지 않았나 의문시되는 것이다. 이에 수사 관계자들도 은행이 도둑에 털린 사실을 숨겨오다 뒤늦게 신고한 저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은행은 공신력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파급될 영향과 공신력 핑계로 엄청난 범죄를 은폐하는 일은 절대 안된다. 경찰의 수사애로를 떠나 경박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사고난 외환은행 이천지점은 보안시스템을 설치했으나 진동감지기는 설치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은행 자신이 도난방지에 허술함을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설을 앞두고 금융기관이 강·절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주위를 살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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