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의 주역을 맡았던 태극전사들의 앞길이 순탄치 못하다.
 
황선홍, 유상철, 안정환 등 월드컵 4강 진출의 일등공신들은 대회가 끝난 뒤 치솟는 몸값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제는 소속팀도 없이 올 시즌을 휴업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
 
일본프로리그 가시와 레이솔에서 활약했던 황선홍은 리그가 재개된 최근 구단측의 일방적인 방출 통보를 받은 뒤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황선홍의 방출은 월드컵 대표팀의 잦은 차출과 부상 때문에 소속팀에서의 기여도가 적었고 팀의 성적 부진으로 사령탑이 교체되는 회오리 속에 희생양이 된 셈이다.
 
이미 성급하게 고별전을 치러버린 같은 팀의 유상철은 에이전트가 유럽 진출을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해 올 시즌을 마감해야 하는 궁지에 몰렸다.
 
안정환의 이적 문제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원 소속팀인 부산 아이콘스와 임대로 뛰었던 페루자(이탈리아)는 안정환의 몸값을 310만달러로 정했지만 이 가격에 안정환을 사갈 유럽팀은 나서지 않고 있다.
 
안정환의 에이전트사인 이플레이어는 “독일의 샬케04에서 이적료 260만달러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가격 차이가 너무 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적료를 낮추지 않으면 안정환의 이적은 힘들 것으로 본다”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탈리아리그의 개막이 9월16일로 늦춰지면서 선수등록 마감일도 연기돼 다소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 위안이 되고 있다.
 
또한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과 계약한 뒤 빌레펠트에 임대선수로 진출한 차두리는 원 소속팀인 고려대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고려대는 차두리가 학교측과 구체적인 협의없이 독일로 가버렸다며 이적 동의를 거부, 독일리그에서 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대한축구협회도 규정상 선수와 학교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적동의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안양 LG의 이영표도 구단차원에서 잉글랜드와 스페인 클럽에 의향을 물어 보았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고 전남 드래곤즈의 김남일도 독일 에이전트를 통해 독일 또는 스페인 팀을 물색하고 있지만 역시 진전을 못보고 있다.
 
결국 월드컵이 끝난 이후 태극전사들의 이적설이 끊임없이 나왔지만 터키 트라브존에 진출한 이을용과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입단한 송종국 이외에는 유럽팀에 안착한 선수가 없어 한국축구의 상종가는 자칫 `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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