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 선조들이 쓰던 화폐는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새로운 화폐가 쓰이고 있지만 옛 사람들이 즐겨쓰던 화폐에 관한 언어적 표현은 쉽게 바뀌지 않고 오늘날까지 쓰이곤 한다.

예를 들어 가진 돈이 전혀 없음을 강조할 때 흔히 `땡전 한 푼 없다'고 말하곤 한다. 또한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할 때 `푼돈 모아 목돈 마련' 등의 표어를 썼다. 그런데 여기에 쓰이는 `땡전'이나 `푼'이 무엇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먼저 `돈'의 유래에 대해서는 `돈은 돌고 돌아서 돈이다'라는 말에서 보듯이 `돈다'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가장 흔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돈'이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푼'은 우리나라에 근대 화폐가 등장하기 이전에 사용됐던 상평통보 등을 일컫는 엽전 한 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10푼은 1전(錢)이며 10전은 1량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돈을 세는 단위로서 적은 액수를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돈 한 푼 없다', `그까짓 돈 몇 푼' 등이 그 예다.

`땡전'은 고종 3년(1866년)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지을 때에 막대한 경비 조달을 위해 당백전(當百錢)을 제조·통용시킨 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당백전은 명칭 그대로 백 푼, 즉 한 냥에 해당하는 거액 주화였으나 실질가치(소재가치)는 상평통보의 5~6배에 불과했다. 이러한 이유로 화폐가치가 떨어져 쌀값이 6배나 폭등하는 등 국민들의 생활이 극도로 피폐해졌다. 이로 인해 당시 사람들은 당백전에서 당전을 거세게 발음해 `땅전'으로 다시 `땅전'을 `땡전'으로 보다 격하게 발음함으로써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으며 그 `땡전'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국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외시한 채 제조·유통된 화폐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과 준엄한 평가가 쉽게 바꿀 수 없는 언어속에 오래도록 자리잡아 왔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한편 조선시대 상평통보 등과 같이 겉은 둥근 모양을 하고 중앙에는 사각형의 구멍을 가진 근대 이전의 주화를 통칭해 `엽전'이라고 한다. 이는 놋쇠 등의 금속을 녹인 후 형틀에 부어 무늬를 만드는 방식으로 주화를 제조하는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주물의 형틀인 거푸집이 나뭇가지에 여러 개의 잎이 이어져 달린 모양을 하고 있는데 거푸집 한 쪽에서 주물을 부으면 각 잎 모양의 형틀로 주물이 흘러가게 되고 이것이 굳으면서 전체적인 모양이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처럼 보여 엽전(葉錢)이라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 사이에서 `엽전'이라는 말이 우리 민족을 폄하해 부르거나 보수적이고 융통성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비하해 부르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엽전의 의미는 엽전의 모양이 담고 있는 의미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돈과 언어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언어를 매개로 서로 의사전달을 하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쉽게 협조적 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로 안심하고 주고받을 수 있는 돈이 있기 때문에 복잡한 거래가 단순화돼 교환의 편익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돈은 모든 경제적 거래의 언어라 할 것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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