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람인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이라는 소설에는 주인공 허생이 당시 한양의 최고 부자인 변 씨에게 1만 냥을 빌리는 장면이 나온다. 허생은 이 돈을 가지고 안성에서 대추, 밤, 감, 배, 유자 등의 과일을 시세의 두 배 값으로 모조리 사들인 다음 열 배의 값을 받고 과일을 되팔아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면 당시의 1만 냥은 현재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허생전의 시대 배경은 조선이 청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던 17세기 후반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인 1678년에 발행된 `행전절목(行錢節目)'이라는 문헌에는 당시 1냥은 400문(文, 1文은 상평통보 1장)에 해당하고 400문은 쌀 10말과 같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과 10말이 1섬인 옛날 척관법에 따르면 당시의 1만 냥은 쌀 1만 섬의 가치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쌀 1섬은 약 144kg 정도이고 80kg짜리 쌀 한 가마니 값이 약 15만 원이므로 당시의 1만 냥은 현재 돈의 가치로 약 27억 원 정도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약 800조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1만 냥에 해당하는 27억 원이라는 돈은 매우 적은 규모다. 그러나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이 지금부터 300여 년 전인 조선시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마 1만 냥으로 온 나라의 과일을 모두 사들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허생은 다시 제주도에서 말총을 모두 사들인 다음 열 배로 팔아 그 돈을 30만 냥으로 늘리고 그 돈으로 변산지역의 도둑 무리들과 빈 섬에서 농작물을 재배해 이를 일본의 한 속주에 팔아 100만 냥을 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당시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다소 과장된 내용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오래전의 화폐가치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10년, 20년, 30년, 50년 전의 화폐가치에 대해 궁금해하곤 하는데 종종 한국은행 인천본부에도 옛날 돈의 가치에 대한 문의전화가 온다.

화폐가치의 변동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현재와 같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작성됐던 시기의 화폐가치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품목들의 전반적인 물가인 소비자물가의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외에도 경우에 따라 생산자물가, 쌀, 금가격을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85년 소비자물가지수가 50이고 2000년 소비자물가지수가 100이면 2000년의 물가는 1985년에 비해 2배가 된 것이다. 즉, 예전과 동일한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2배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보다 구체적으로 1985년 1원의 화폐가 현재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알려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소비자물가의 경우 2006년 10월 현재 1985년에 비해 2.5918배가 됐으므로 1985년의 1원은 현재 2.5918원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지수를 이용하는 방법은 화폐가치를 계산하는 한 방법일 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물가란 상품 및 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종합적인 지표로 자산가격 변동과 차이가 있으며 IT를 중심으로 한 급속한 기술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임금상승률 등에 비해 낮은 상승률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한 가지 더, 우리나라는 1953년 100원(圓)을 1환(?)으로, 1962년에는 10환을 1원으로 화폐개혁을 했기 때문에 화폐개혁 이전 화폐가치를 계산할 때는 이 같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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