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류로 만들어지는 주화의 소재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사용됐다. 귀금속인 금과 은을 소재로 한 주화는 기원전 7세기께 지금의 터키 서쪽 지역에 살던 리디아 사람들이 처음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귀금속은 아니지만 재질이 고르고 가공이 쉬운 동(銅)이 일찍이 주화의 소재로 널리 사용됐다. 최근에는 주화 소재로서 니켈, 알루미늄 등 새로운 합금이 개발됨으로써 주화의 소재가 다양해져 가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특별한 목적으로 제조하는 일부 기념주화를 제외하고는 금, 은 등의 귀금속 주화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일부 금화는 희소가치로 인해 매우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동전 경매 사상 최고가의 신기록을 기록한 금화는 2002년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750만 달러(약 70억 원)에 팔린 20달러짜리 미국 금화로 알려져 있다. 이 금화는 1933년 주조됐으나 실제로 통용되지 않고 폐기됐는데 1개가 우여곡절 끝에 회수되지 않고 사라졌다가 1990년대 말 영국 판매상이 뉴욕의 한 호텔에서 미국 동전 수집상에 팔려고 내놓으면서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도 한때 금화를 주조한 시기가 있었다. 1901년에 금화를 본위 화폐로 하고 은화를 보조화폐로 정했으나 러일전쟁으로 실행되지 못하다가 1905년 6월 금본위제도의 실시로 금화가 발행되게 됐다. 금화는 모두 일본 오사카 조폐국에서 제조됐는데 1906년부터 1909년까지 총 세 종류가 발행됐다. 발행 총액은 145만 환(8만2천500장)으로 화종별로는 20환 주화가 135만 환, 10환 주화가 5만 환, 5환 주화가 5만 환이었다. 이 금화는 앞면에는 금본위제의 화폐단위인 `환'으로 표기돼 있으나, 뒷면에는 한글로 `원'으로 표기돼 있어 `원'화로 불리기도 한다.

이 금화들은 1910년 국권 침탈 이후 일본인들이 당시 발행량의 99% 이상을 회수했기 때문에 실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들 금화 3종이 국내외에서 각각 모습을 드러내 많은 화폐 수집가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2000년 5월 미국 화폐 경매업체인 `헤리티지 화폐경매회사'에서 실시한 경매에서 3종 세트가 17만 달러(약 1억6천만 원)에, 같은 해 11월 국내 화동양행에서 실시한 경매에서는 2억 원이 넘게 낙찰됐다. 금년에 실시된 경매에서는 20환 금화가 낱개로 1억2천500만 원에 낙찰됐다.

현재 통용되는 주화의 경우 대부분 구리, 니켈, 아연, 알루미늄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해방이후 발행된 기념주화 가운데 일부가 소재를 금으로 만든 것이 있다. 1970년 대한민국 오천 년 영광사 기념주화가 금화 6종, 은화 6종으로 해외에서 발행됐고, 국내에서 발행된 최초의 금화 기념주화는 1987년에서 1988년까지 발행된 서울올림픽 기념주화 1~5차분 가운데 1~4차분 오만 원화와 이만오천원화이다. 이후 대전세계박람회(1993년) 오만원화와 이만오천원화, 월드컵 축구대회(2001년) 삼만원화와 이만원화, 부산 아시아경기대회(2002년) 삼만원화와 이만원화 등이 발행됐다. 국내에서 발행된 금화는 대량 발행돼 희소가치가 100년 전 금화에 비해서 크게 떨어진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기획조사팀〉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