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운산업이 무역의 종속변수로 무역에 이바지하고 공헌하는데 존재의미가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하지만 해운산업은 무역의 진흥을 위해선 얼마든지 희생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소위 개방론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를 조성한다는 대전제 아래에선 모든 산업분야의 제한적인 요소들을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서다.

더구나 물류산업 분야와 관련된 규제요소들을 철폐해야만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 물류 허브센터에 몰려올 수 있고 또 그를 통해서만 진정한 물류중심 국가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항만에서의 노무공급의 유연성과 외국선원 고용의 확대 등도 해결되지 않고는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외국의 유수물류기업들이 모여드는 조건의 장벽들은 모두 제거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풀어헤치고 심지어 해운정책까지도 세우지 않은 무정부 상태와 같은 혼란이 야기돼서는 결코 안된다. 때문에 해운정책은 꼭 필요하고 그 가운데서도 제대로 된 정기선 해운정책은 절실한 과제다. 이런 차원에서 정기선 해운이 많은 투자를 요구하고 자본회임기간이 장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마스터플랜으로서의 정기해운정책은 항상 투명하게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한일항로 신규취항 외항여객선사들과 일부 한중항로 카페리선사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는 사태에 대해선 정부당국도 일부 책임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외항여객항로를 선점하기 위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 있는 여객항로에 대해선 정부당국이 적절한 지도는 물론 새로운 정기선 해운정책을 조율해야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지도대신 경쟁을 부추기도해 안타깝다.

지난날 정부는 인천항의 경우 한계점을 내세워 평택항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선사들을 평택항을 기점으로 운항토록 했으나 취항 후 인천항 쪽에 경쟁선사를 허가해 취항선사들이 더욱 어려움을 처하게 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 정기선 해운과 부정기선 해운을 싸잡아 개방 일변도로 나갈 분위기에 있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아무튼 해운정책 당국은 이제라도 중장기적 대책을 수립해 국적선사들의 경영기반 조성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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