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는 소아청소년 정신과의 진단명으로 선진국의 경우 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확립돼 있다. 단 한차례라도 심하게 구타하거나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면 가해자로 규정된다. 그러나 가부장적 효가 강조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어린이는 마치 부모의 부속품처럼 여겨져온 경향이 없지 않다. 부모자녀 동반자살이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우리사회에만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내자식 내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인식이 우리사회에는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심각한 폭력을 당해 정신과 전문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치료경과도 개인차가 크다. 몇 번의 면담치료로 극복이 되는 경우도 있고 오랜시간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인격박탈이나 행동조절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엄격하게 따진다면 우리나라 부모 가운데 상당수가 이동학대자인 셈이다. 중요한 점은 자녀양육때 원칙을 세우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자녀양육의 원칙이 흔들리면 곤란하다. 겉으로는 단호하거나 안정돼 보이지만 속으로는 매순간 어느 쪽이 아이에게 좋은 것인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고뇌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아이들은 비록 큰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심하게 맞으면 감정이 앞서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볼 겨를이 없거나 매를 맞았으니 괜찮다라는 식으로 인식하기 쉽다는 점을 어른들은 유념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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