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경기 독점 중계권'을 가진 MBC가 박찬호 경기 생중계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MBC는 지난 3일 새벽 4시(한국 시간)에 열린 박찬호 선발 경기 생중계를 내보내지 않았다. 전국이 수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마당에 `아침종합뉴스' 대신 야구중계를 편성하기가 공영방송으로서 옳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서였다.
 
케이블TV 스포츠전문채널 MBC-espn을 통해 경기를 방영하긴 했지만 박찬호를 보려고 밤잠까지 설치며 TV 앞에 몰려들었던 케이블TV 비가입자 야구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성난 야구팬들은 급기야 `안티 MBC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었다. “방송도 하지 않을 거면서 뭐 하러 거액을 주고 독점 중계권을 사왔냐”는 게 이들의 비난 요지다.
 
그러나 MBC는 일요일인 오는 8일(한국시간) 오전 예정된 박찬호 선발 경기 또한 중계여부를 4일 오전 현재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편성된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와 17%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중인 인기 예능프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들어내는 것 또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28일에는 `…서프라이즈'를 불방하고 박찬호 선발 경기를 내보냈다가 `서프라이즈' 팬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MBC 편성국의 한 관계자는 박찬호 경기를 두고 “버리지도 못하고, 남 주기도 아까운 계륵”이라고 표현했다.
 
박찬호 경기를 둘러싼 편성 문제는 당초 2000년 11월에 MBC가 2001년부터 4년간 박찬호 경기를 포함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 독점 중계권을 따내면서부터 불거져나왔다. 빈번하게 `아침종합뉴스' 시간을 스포츠 중계에 고스란히 내줘야 하는 보도국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던 것.
 
당시 MBC는 1주일에 1회 이상 생방송으로, 또한 경기 내용이 훼손되지 않은 완전한 상태로 내보내기로 하고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 계약권을 따냈다.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 생방송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녹화 방송 또한 할 수 없게 돼 있어 박찬호가 등판하든 안하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방송을 해야 한다.
 
MBC의 한 관계자는 “박찬호 경기 중계권 계약서가 한 때는 `황금문서'였지만 이제는 `노비문서'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박찬호 경기가 2년 전에 비해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들어 선전하고 있지만 박찬호가 올 시즌에서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덩달아 시청률도 곤두박질쳤고, 박찬호가 두 차례나 부상 명단에 오르면서 그의 등판 일정 또한 미뤄져 “편성 자체가 엉망진창이 됐다”는 게 MBC의 하소연이다. 한 때최고 15%대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지금은 채 5%도 넘지 못한다.
 
더욱이 한일 월드컵 열기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야구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박찬호 경기 주가 하락의 이유다.
 
MBC 편성국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는 6개월 마다 바뀌기 때문에 야구열기 역시 조만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당분간은 매주 편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