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화는 보통 동전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모든 주화가 동전(銅錢)은 아니다. 사전적으로 동전은 구리나 구리의 합금으로 만든 주화를 통칭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용 주화 중 구리가 전혀 섞여있지 않고 알루미늄 100%로 만들어진 1원화는 동전으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에도 주화를 동전으로 자연스럽게 부르면서도 유독 기념주화의 경우 기념동전으로 부르는 예를 찾기 힘든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아마도 기념주화의 경우 주 소재가 금, 은 등 귀금속인 경우가 많아 동전이라는 용어를 쓰면 그 가치가 손상된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현용주화의 재료가 되는 금속소재는 구리, 아연, 니켈, 알루미늄이 대표적이다.  주로 구리와 니켈을 합금한 백동화, 구리와 아연을 합금한 황동화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그 이유는 이들 금속소재가 금과 은에 비해 품위는 낮지만 상대적으로 대량공급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합금의 형태로 사용될 경우 바람직한 주화가 갖춰야 할 최적의 조건에 가장 근접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에는 금속 소재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이름을 붙이기가 어려운 이색적인 재질의 주화도 제법 많이 쓰이게 됐다.

예를 들면 유로 주화 중 1유로화 및 2유로화, 캐나다 2달러화 등은 그 소재를 단일의 금속 소재 혹은 합금으로 하는 대신 바깥쪽 테두리와 안쪽 부분의 금속 소재를 달리하고 두 금속 소재를 정교하게 결합해 만들어진 주화들이다. 그래서 이들 주화는 백동화나 황동화의 경우와 다르게 금속 소재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이름을 찾아 붙이기가 매우 곤란하다.

우리나라도 2000년 6월 12일 발행된 한국은행 창립 50주년 기념주화는 금동(Nordic Gold)이라는 이색적인 합금 소재가 사용됐다. 이는 구리 89%, 알루미늄 5%, 아연 5%, 주석 1%로 만들어진 새로운 소재로 금과 유사한 미려한 빛을 내면서도 그 색깔이 쉽게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한편,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화의 모양에 대해 동그랗다고 생각을 한다. 쇠로 만들어진 최초의 주화인 고려시대 건원중보를 비롯해 주화 모양을 원형으로 사용해온 우리 민족에게는 둥근 주화의 모양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그런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관념도 강한 것 같다. 어디서 이런 원형에 대한 생각이 나왔을까? 고려 숙종 때(1097년) 의천대사는 왕에게 동전을 만들어 사용할 것을 건의하면서 그 동전의 모양이 밖은 둥글고 안은 네모난 것을 지칭해 둥근 것은 하늘이고 모난 것은 땅이니, 하늘이 만물을 덮고 땅이 그 만물을 지탱해 가치를 없어지지 않게 함이라고 밝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모든 주화가 동그란 것은 아니다. 외국의 경우 4각형인 영국령 저지섬의 1파운드화, 7각형인 영국의 20펜스화, 11각형인 캐나다의 1달러화, 12각형인 이스라엘의 5쉐캐림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다각형의 모양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새로운 주화가 나오더라도 그 모양을 원형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원형의 형태에 우리의 철학적 사고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주화가 자동판매기에 잘 구르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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