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제가 비상이 걸려있는 가운데 국제유가마저 연일 치솟아 숨통을 한층 더 바짝 죄고 있다. 국제수지, 환율, 물가 등 거시 지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더구나 미국과 이라크전쟁 가능성, 북핵사태 등 대내외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은 정권교체기를 맞아 책임지고 챙기는 사람이 없는 탓인지 하루가 다르게 주변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정책당국자들은 차기 정부출범 이후로 대응을 미루고 있는 것만 같아 걱정이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각종 지표의 악화가 대외 변수외에도 소극적인 정책대응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미국과 이라크전쟁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수출 채산성 악화와 함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일로 볼 수도 있지만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3.8%나 치솟은 지난 1월의 물가 역시 외부상황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일본이 두 차례에 걸쳐 환율 인하를 단행해 국제 경쟁력 약화에 대응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수수방관에 가깝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소비심리 급냉에 따른 기업들의 생산활동 위축도 수개월전부터 예견되었음에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

더구나 대부분의 기업이 투자를 하반기로 미루고 생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설확장 대신 정보화나 연구개발 등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의 투자만 대폭 늘리겠다는 것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소극적인 투자배분방식은 그동안 제자리걸음에 불과, 성장잠재력 확충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고 오히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만 약화시켰고 대외적인 불안요인과 기업에 대한 신뢰만 추락시켰기 때문에서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가능성에다 북핵사태까지 겹쳐 우리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그렇다고해서 지난날 처럼 허리띠만 졸라매어서 심각한 경제난을 헤쳐나갈 수는 없다고 본다. 아무튼 우리 모두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더욱이 공직자의 자세가 한층더 요구된다. 이제라도 온 국민은 경제불안의 최종부담이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인식해 비상대응책에 적극 호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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