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년전 네쌍둥이 자매를 출산시킨 인천시 길병원에서 네쌍둥이(오른쪽부터 황슬, 설, 솔, 밀) 자매가 대학에 진학하게 되자 10일 이길여 가천문화재단 회장이 18년만에 다시만난 네쌍둥이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출산당시 사진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있다. /최종철 기자
10일 오전 얼굴이 똑같은 4명의 자매가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과학대학교 길병원을 찾았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당시 길의료재단 이사장)이 18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황슬, 황설, 황밀, 황솔 네 자매를 찾았기 때문이다.
 
네 자매가 이 이사장과 인연을 맺은 건 18년 전인 지난 1989년 1월 11일. 당시 임신 초기부터 다니던 네쌍둥이의 어머니는 진통을 시작하고 양수가 터졌다. 작은 병원에서 “인큐베이터가 있는 데로 가라”고 해 산모와 가족들은 출생 2시간 전에야 택시를 타고 길병원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이길여 당시 길의료재단 이사장은 당황한 의료진에게서 “진료기록도 없이 급박한 산모만 왔다”는 보고를 받고 우선 산모와 네쌍둥이가 건강하게 출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이사장의 이 같은 당부로 의료진들은 최선을 다해 수술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수술을 받지 못했으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70만분의 1이라는 희귀한 네쌍둥이였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병원이사장인 이 이사장이 무사히 태어난 네쌍둥이의 집안이 빈곤한 것을 알고 분만 입원비와 치료비를 받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입학등록금을 대주겠다”고 약속했다.
 
우여곡절 끝에 태어난 네쌍둥이는 한글 이름 주창자인 배우리 박사에게서 슬, 설, 솔, 밀이라는 이름을 받고 어느덧 성장해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고 올해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네쌍둥이인 매·란·국·죽 양과 자매결연도 맺었던 이들 4명은 중·고등학교 재학시절 반장 자리를 놓친 적이 없으며 각종 태권도 대회에 출전해 상을 받을 정도로 잘 자라줬다.
 
이들은 올해 대학 입시 수시모집에 모두 합격해 간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첫째 슬과 넷째 솔은 수원여자대학 간호학과에 수시 입학하고, 둘째 설과 셋째 밀은 강릉영동대학 간호학과에 수시입학했다.

이 회장은 약속대로 입학등록금과 함께, 네 벌의 태권도 도복을 생일선물로 줬다. 네 아이는 튼튼하게 자라 똑같이 태권도 공인 4단의 유단자.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11일이 그들의 생일이라 도복이야 말로 특별한 선물이 됐다.
 
“열심히 공부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겠다”는 이 이사장의 `조건부' 취업약속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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