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회사를 결근한 뒤 납치 자작극을 벌였던 한 30대 회사원의 `슬픈 일상 탈출극'이 3일 만에 막을 내렸다.
 
컴퓨터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서울의 한 중소기업의 프로그램개발 팀장인 최모(31·인천시 계양구)씨는 지난 9일 오전 8시 회사로 몰고 가던 승용차의 핸들을 강원도로 돌렸다.
 
프로젝트 완성 기한은 다가오지만 새 팀원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 업무에 진전을 보지 못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최 씨의 탈출 본능이 순간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최 씨는 완벽한 탈출극을 위해 `납치 자작극'을 꾸미기로 하고, 같은 팀 부하 직원에게 `도와줘, 강도'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상황은 이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메시지를 받은 부하직원은 최 씨의 부모에게 연락했고 이들의 신고를 접수한 소방서와 경찰은 위치와 행적추적에 나섰다.
 
위치추적을 통해 최 씨가 용인 J리조트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방서 등은 인근 소방서와 지구대 직원들의 도움을 얻어 이 리조트에서 최 씨를 찾는다는 안내방송을 했고 리조트에서 안내방송을 들은 최 씨는 자작극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 깊은 거짓말의 수렁 속에 빠져들게 됐다.
 
최 씨는 다음날 오전 9시께 집에 전화를 걸어 `납치범이 돈 100만 원을 요구하니 통장에 입금해 달라”고 말한 뒤 오후 4시에 다시 “돈을 보내지 않아 다시 300만 원을 요구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강원도 홍천과 정선, 동해 해안도로를 타고 경북 영천까지 내려간 최 씨는 사건이 점점 커지자 휴대전화와 지갑을 범인들에게 뺏긴 것처럼 꾸미고 가출 3일 만인 11일 오후 3시30분께 영천의 한 소방파출소를 찾아 “범인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고 말했다.
 
인천계양경찰서는 곧바로 납치사건 수사에 착수했고, 처음엔 “출근길에 흉기를 든 괴한 3명에게 납치됐다”고 둘러대던 최 씨는 경찰이 자세한 정황을 추궁하자 결국, 사건의 전말을 자백한 뒤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경찰은 최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12일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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