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추가 발생한 경기 안성시 일죽면 산란계 농장주 박모(43)씨는 "농장운영 4년째 접어들어 이제 조금 자리를 잡나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이천농장에서 병아리를 키워 산란이 가능해질 때 안성농장으로 옮겨 자식처럼 길러왔다"며 "27만여마리 모두를 땅에 묻어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4년째 농장을 운영해 온 박씨는 AI가 발생한 안성 장암리 농장에서 13만3천마리, 이천 율면 석산리 농장에서 닭 13만7천마리를 애지중지 길러왔다.

  박씨가 자신의 농장 2곳(안성·이천)을 수시로 오간 점을 감안, 이천농장의 경우 `예방적 살처분'이 결정돼 11일 2개농장 모두 살처분 작업이 이뤄졌다.

  전날까지 이천농장의 닭 만은 살처분되지 않기를 기대하며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박씨는 "결국 올해 수익을 내기는 다 틀렸다"고 낙담했다.

  는 지난해 2개농장에서 산란계 24만여마리를 키우며 인건비(인부 9명) 등을 제외하고 5천만~6천만 원을 손에 쥐었다.

  그는 "작년에 이천, 여주, 평택, 안성 등 10여개 농장으로 분양하고 하루 7만개씩 달걀을 출하,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는데 올해는 반년 이상 농장 운영을 못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박씨 농장에서 반경 3" 이내 가금류 살처분작업이 이뤄져 이 일대 일반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고 방역차량만 쉴새없이 마을을 돌며 소독을 계속했다.

  주민들의 이동은 거의 없고 통제소 주변에 흰색과 회색 방제복을 입은 방역요원과 경찰, 축협 관계자들만 북적거렸다.

  한편 방역당국과 인근 주민들은 박씨 농장의 AI 발병은 인근 청미천으로 날아든 철새의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했다.

  최형근 경기도 농정국장은 "박씨 농장과 채 1"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청미천에 겨울이 되면 철새가 많이 날아든다"며 "다섯번째 AI 발병지인 천안과 50~60" 떨어져 있고 21일만에 추가발생한 만큼 철새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민 김학춘(60·일죽면 양돈회장)씨도"청미천으로 청둥오리, 물오리 등 수백마리가 날아드는데 모두 잡을 수도 없고 난감할 뿐"이라고 말했다.

  청미천(길이 37.56"·유역면적 399.42")은 경기도 용인 원삼면에서 발원, 안성 일죽면과 이천 장호원읍을 거쳐 경기.강원.충북 3도가 접하는 지점인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에서 남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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