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동물의 세계를 다룬 프로그램에서 조차 `불륜'을 소재로 이야기를 꾸며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9시40분 방송된 SBS `TV 동물 농장'(연출 박두선·신동화)은 수사자와 암호랑이 사이의 관계를 SBS `터닝 포인트 사랑과 이별'에 빗대어 한편의 드라마로 연출했다.
 
신동엽과 윤현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이 프로는 해설자의 내레이션과 호랑이, 사자를 맡은 성우의 멘트를 삽입해 수사자 `사룡'과 암호랑이 `명랑'을 의인화한 뒤 둘 사이에 끼어든 암호랑이 `나호', 수호랑이 `호식' 등과의 3각 관계를 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런 동물들의 애정관계 묘사에서 어린이가 시청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노골적인 성적 표현과 불륜 암시 내용이 전파를 타 시청자들의 비판을 샀다.
 
“호식이가 갖은 사탕발림으로 꼬드겼을 께 분명해.”(사룡), “나 힘좋아, 물러터진 사룡이가 뭐가 좋아”(호식), “힘좋은 놈한테 당해낼 재간이 있을 수가…, 이것들을 그냥…”(사룡) 이런 대사에 그치치 않고 사룡(사자)과 명랑(호랑이)의 짝짓기를 통해 태어난 새끼가 라이거가 아닌 `호랑이' 같다는 상황을 전하며 동물세계의 `불륜'을 화제삼았다. 물론 이 새끼는 뒤에 라이거로 판명이 났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호랑이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호랑이하고 어떤 일이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라는 사육사의 발언에 이어 사자와 5대1로 싸워 이겼다는 `힘좋은' 수호랑이 `호식'을 클로즈업 시킨 뒤 사룡이 풀이 죽어 있는 화면과 함께 `배신감에 몸부림치는 사룡이', `배신감을 느끼겠죠', `이건 본 사람은 없는 완전 범죄예요'(출연진), “이 암컷이 뭘 잘했다고 큰소리여”(사룡) 등의 내레이션과 대사를 내보냈다.
 
이날 프로를 본 한 시청자는 “일요일 아침에 아이들과 이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동물들을 갖고 사람들의 불륜에 빗대어 희화화하는 장면에 민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도 “안 그래도 드라마를 통해 불륜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온 방송사들이 이제는 건전해야 할 동물 프로그램에서 조차 불륜을 조장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비판했다.
 
제작진은 “자연상태에서는 다른 상대와 짝짓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육사들도 새끼가 호랑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터닝포인트 식으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찍어 둔 화면을 필요에 따라 편집했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조정하 국장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동물 세계에 재적용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불륜을 일반화해 생각할 소지가 충분하다”면서 “방송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는 무책임한 제작관행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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