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한 자그만 배려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모처럼 아침 햇살이 밝게 인사하는 아침이다. 느긋한 햇살과 인사 나누며 차창으로 손을 뻗어 본다. 성하의 푸른 녹음이 만져질 듯 매미소리가 더욱 반긴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 또한 분위기에 맞추어져 경쾌하게 이어진다. 지루한 장마 끝의 아침이 이렇게 기분을 좋게 할지는 몰랐다.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도 오늘만큼은 넓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기분일지언정 싫지는 않다. 오히려 넓은 대도로의 `씽씽' 내달리는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잊은 채 여유를 온 몸으로 즐기고 있다.
 
내가 출근하는 도로에는 중간 중간에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간이 건널목이 몇 개 있다. 언제든 맞은 편으로 건널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운전하는 사람에겐 조심성을, 걷는 사람에겐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요성을 인정하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 가벼운 기분으로 출근하는 아침을 더욱 싱그럽고 들뜨게 만든 사건으로 기분 좋은 마음이 배가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쯤으로 보이는 아이 하나가 길을 건너겠다는 표시로 오른손을 들고 서 있는게 보였다. 아이를 먼저 건너게 하려고 멈춰서자 환하게 웃으며 목례와 함께 눈인사를 보내는 게 아닌가.
 
마주 오던 차량도 멈추어 서자 반대 방향에 대하여도 똑같은 예의를 표하며 길을 건넜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의 길을 가고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 난 이 아름다움에 취해 정신을 거의 놓칠 뻔했고, 이내 정신을 차린 난 아이에게 제대로 아름다움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지 못했다.
 
그 일로 하여 차를 운전하는 내내 일상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작은 배려'를 생각하게 했다. 나를 포함한 어른들은 가족 내에서건 직장에서건 많은 일들로 부딪치며 생활하고 있다. 그런 생활중에 남을 배려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몇 푼의 손해라도 용납하지 못하는 병리현상이 더욱 커져만 가는 세태에서 잠깐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쉬이 감동할 수 있다는 것은 순수여야만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직 상승의 신분만을 꿈꾸며 가난만을 면해 보자던 시절에도 남을 배려하는 인정은 곳곳에 있었다. 그러나 먹을 것과 모든 것이 풍족해진 요즘의 인심이 더욱 각박해진 연유는 확연히는 아니더라도 모두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건조한 일상의 반복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자그만 것에 대한 기쁨을 잊고 살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모습에서, 부지런한 사람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삶을 꾸려 가면서 예와 정도를 잊고 부와 명예만을 쫓는 일을 잠시만이라도 숨고르기 하면서 달려가는 건 어떨까 한다.
 
이제 사람이 사람다워야 하고, 사람이 사람을 기쁘게 할 줄 아는 진정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 이웃 사촌의 기꺼운 마음이 닫힌 마음을 열어야 한다. 거리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베품의 미덕과 이해의 깊이가 같이 하여 이웃의 따스한 실천을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오늘 아침 한 어린 초등학생에게서 만났던 감사하는 마음, 미소 띤 얼굴에서 번지는 자연스런 친절이 넘쳐 났으면 좋겠다. `나누면 커지는 것이 행복'이라면 `배려하면 커지는 것이 사랑'임을 넉넉한 `정'으로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 어린 초등학생의 `남을 위한 자그만 배려'로 하여 하나가 둘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넷을 흐뭇하게 만드는 세상, 참 아름다운 세상이다.
 
2002. 8. 초
 
김경식 인천시 계양구청 건축지도계장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