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개막한 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치닫고 있다.

개막 7일째를 맞은 4일(현지시간) 현재까지 공개된 영화들 중에는 뚜렷하게 화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은 눈에 띄자 않는다는 게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모두 21편의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베네치아59' 부문에서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미국영화 「천국에서 먼」과 피터 뮬란 감독의 영국영화 「막달레나 시스터즈」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천국에서 먼」은 비경쟁부문에서 경쟁부문으로 급히 자리를 옮긴 영화로 50년대 한 중산층 가정주부가 자기파괴적 욕망 때문에 파멸로 치닫는다는 줄거리.

「막달레나 시스터즈」는 도시 외곽의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다.

반면 멕시코 시인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다룬 줄리 타이머 감독의 「프리다」는 개막작으로는 실망스럽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신예 감독의 두번째 영화로는 파격적으로 개막작에 선정됐으나 격정적인 인생을 산 프리다 칼로의 정치적 입장을 배제한 채 러브 스토리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샘 엔터스의 「로드 투 퍼디션」도 깊이가 없고 형식적으로 심심하다는 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나 기타노 다케시의 「인형들」, 스티븐 프리어스의「더티 프리티 씽」 등이 상영될 영화제 후반에나 수상 후보의 윤곽이 가려질 전망이다.

오아시스는 7일 저녁 공식시사회가 예정돼 있다.

젊은 감독들의 새로운 형식의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경쟁부문인 `업스트림'에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풀 프론탈」이 단연 화제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혜성처럼 등장한 뒤 「트래픽」과「오션스 일레븐」 등으로 상업적 성공까지 거뒀던 감독의 디지털 영화라는 점과 줄리아 로버츠, 데이비드 듀코브니 등 스타들의 출연으로 이목을 끌었던 이 영화는 디지털과 필름, 영화와 현실을 접목시킨 실험적 영상이 성공적이라는 반응을 받고 있다.

한편 홍콩 감독 프루트 챈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어디예요」가 이 부문에 진출해 지난 8월 31일 공개됐다.

아시아 각국의 화장실을 배경으로 생로병사와 젊은이들의 희망을 표현해낸 이 영화는 영상에 있어서는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내용면에서는 다소 난해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 얼굴을 내민 스타들 중에는 톰 행크스와 귀네스 펠트로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해리슨 포드와 그의 연인 캘리스타 플록하트, 리암 니슨, 소피아 로렌,심사위원장 궁리 등도 영화제의 열기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이번 영화제에는 베를린 영화제 집행위원장 출신으로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영입된 모리츠 데 하텔른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의 할리우드 선호 성향과 이탈리아 영화계에서의 독립 여부 등이 출품작들의 공정한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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