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학사'라는 고전적 연구서의 저자로서 한ㆍ일 문명비평에 주력해온 김용운(金容雲. 80) 한양대 명예교수는 근간 '한ㆍ일 간의 얽힌 실타래'(문학사상사)라는 비평집에서 그렇기 때문에 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역사철학이 존재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원형'이란 "사상보다 본질적인 것으로 문화와 역사의 패턴에서 감지할 수 있다"면서, 그런 원형은 "역사의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에 의하면 한ㆍ일 두 민족은 "같은 기마민족의 정복원형을 공유하고 인종적, 언어적으로 거의 동일한 계통이며 수천 년 동안 벼농사 중심의 생활패턴을 전개해 왔"으나 "백강(白江. 지금의 금강)전투(663년) 이후 (두 민족은) 완전히 분리되어 독자적 역사 속에 삼국사기, 일본서기로 상징되는 상반된 원형을 견지해 왔다" 는 것이다.
두 민족간 갈등 구조가 형성되게 된 결정적인 사건으로 김 교수는 가야와 백제 멸망에서 비롯된 반(反)신라 정서, 그리고 그에 따른 가야ㆍ백제인의 일본열도 대량 이주를 꼽는다. 이는 결국 일본민족의 한반도 침략 원형(잠재의식)을 낳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본서기가 한반도에 대해 그런 것처럼 삼국사기 또한 왜에 대한 증오와 백제에 대한 멸시가 농후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삼국사기 백제본기 마지막 대목에는 당 황제를 거역했으니 백제는 마땅히 벌을 받아 망했다는 김부식의 사론(史論)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백제 멸망기에 형성된 갈등구조는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개인이 환경에 따라 새로운 인생관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민족원형도 결정론적이 아니며, 유럽 르네상스에서 본 바와 같이 새로이 역사의 방향성을 상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악연에서 벗어나 한ㆍ일 두 민족이 공동번영으로 가기 위해서는 화해와 용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26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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