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속에서는 사람들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개그맨들. 하지만 집에서는 과묵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유명 개그맨과 연애하고 있는 한 여자 영화배우는 "개그맨과 사귄다고 하면 정말로 재미있고 항상 웃기는 줄 알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으며 의외로 보수적이고 과묵한 편이다"라고 털어놓는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재 중앙일보에서 경제기자로 20년 넘게 일해온 김영욱 씨는 저서 '경제학 스케치'(이다미디어)에서 이를 '비용'과 '편익'이라는 경제학 용어로 설명한다.

개그맨들은 자신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느라 분주하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가족을 웃기지 않아도 손해 보는 게 없다. 물론 밖에서는 시청자를, 집에서는 가족도 즐겁게 하는 게 가장 좋지만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선택을 한다면 개그맨들은 집에서는 쉬고 밖에서 그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법을 택한다.

저자는 나아가 외제차는 왜 난폭운전을 하는지, 또 부자는 왜 좀도둑질을 안하는지, 마약은 왜 비싸게 거래되는지 등 경제학과 관련 없어 보이는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택시 운전사들은 곧잘 '외제차 운전자들은 상당히 거칠게 차를 몬다"고 불평한다. 왜일까.

우선 사고가 났을 경우 자신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안전한 국산차 운전자들이 더 많이 다치기 쉽다. 또 사고가 쌍방의 잘못이라면 외제차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국산차 운전자가 물어줘야 할 돈이 훨씬 많다.

국산차 운전자들은 부상 위험도 높고 재산상 손실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가능하면 수입차와 부딪칠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수입차 운전자들 역시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거칠고 무리하게 운전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311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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