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스파이더맨3'가 국내 극장가를 초토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름방학 시즌인 8월까지 할리우드 대작의 개봉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한국 영화가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일 영화계에 따르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5월의 '스파이더맨3'와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24일)를 필두로 6월의 '슈렉3'(6일), '트랜스포머'(28일), 7월의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12일), '다이하드4.0'(19일), 8월의 '판타스틱4-실버 서퍼의 위협'(9일)까지 줄줄이 개봉이 예정돼 있다.

올해 초부터 우려됐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괴력은 지난 1일 '스파이더맨3'가 개봉되면서 가시화됐다.

전국 617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스파이더맨3'는 개봉 첫날에만 일일 관객동원 신기록인 50만2천 명을 불러모으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어린이날 연휴에는 전국 816개 스크린을 싹쓸이하며 개봉 6일 만에 255만9천 명의 관객을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스파이더맨3'의 스크린 싹쓸이의 여파로 같은 날 개봉한 한국 영화 '아들'은 6일까지 '스파이더맨3'의 10분의 1 수준인 25만6천 명의 초라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줄지어 개봉되는 8월까지는 한국 영화가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영화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8월까지 개봉되는 한국 영화로는 이달 24일 개봉하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비롯해 '슈렉3'와 같은 날 개봉하는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 5ㆍ18을 소재로 한 100억짜리 대작 '화려한 휴가'(7월 개봉) 정도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상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올해 개봉하는 할리우드 시리즈물의 위력이 워낙 강한 데다 최근 국내 관객 사이에 한국 영화 전반에 대한 불신과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 8월까지 이어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화려한 휴가' 투자ㆍ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스파이더맨3'의 위력이 워낙 강력해 한국 영화 위기론이 득세하고 있지만 '황진이'와 '화려한 휴가'가 개봉하는 6, 7월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5월에는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였지만 7월 이후에는 한국 영화가 역전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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