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가 있었단 말인가. 우리를 다시 놀라게 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전동차 화재 참사는 정신과 신체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다. 한 정신·지체 장애인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방화테러라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엄청난 재앙이다. 한 사람의 범죄로 인해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끔찍스러운 재난이었다고는 하나 우리의 지하철이 구조적으로 이렇게 사고무방비 상태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참사의 피해가 컸던 것은 전동차 내부 구조물이 타면서 유독가스를 뿜어낸 데다 출입문마저 굳게 닫혔고 때마침 반대편에 도착한 전동차에까지 불이 옮겨 붙었고 대응조처가 전혀 없었기에 피해규모가 더욱 컸다고 한다. 아울러 반대편에서 도착한 전동차에까지 피해가 확산된 탓도 있겠으나 사망자 대부분이 현장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질식했다는 것은 사고에 대비해 설치한 비상시설 등이 제구실을 못했다고 하니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더구나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는 지하철당국이 초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책임이나 인재의 성격은 없는지 이번 기회에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모방범죄의 발생에 대비한 대책도 철저히 해야만 한다. 우리는 이같은 원시적 안전사고에 언제까지 시달려야 하는지 참으로 참담하다. 과연 우리는 이 정도 국민밖에 되지 않는가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다면서도 그동안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어김없이 되풀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서울의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 초대형 삼풍백화점붕괴사고에 또 다시 대형사고가 일어나다니 사고가 날 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당국자들이 이번에는 어떤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대구 참사는 아무리 초등범죄라해도 인명피해가 너무 컸다. 사회질서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이번 방화사건은 전국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철저한 방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하철 역사와 객차의 유독가스 배출물을 무독성으로 바꾸고 정전에 대비한 대책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사상자 보상과 부상자 치료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전국의 지하철의 하루 이용 승객은 65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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