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재래시장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비를 피해 숨을 만한 작은 공간도 찾기 힘들어 더욱 곤욕스럽다. 한 손에 취재수첩을 들고 행여 빗물에 젖을 세라 몸으로 감싸고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동행한 사진기자가 우산을 받쳐 들고 사진을 찍느라 진땀 빼는 모습에 안쓰럽기보다는 우습다고 생각하며 시장 곳곳을 살폈다.

이 땅에서 자라는 모든 종류의 야채를 한데 모아논 채소가게며 내리는 비를 작은 우산 몇 개를 엮어 가리고 있는 노점, 싱싱한 고등어가 나란히 누워있는 생선가게 등 두루두루 둘러봤다.

그런데 시장에서 본,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리는 비가 전혀 상관없어 보였다.

   
 
   
 
굵어지는 빗방울에 손님들의 발길이 드물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이 비가 그치면 다시 햇살이 비칠 것이란 걸 시장사람들은 알고 있기 때문일 거다.

마치 대형 할인점에 밀려 잃어버린 옛 재래시장의 명성이 곧 되돌아 올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35년 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이남순(69)할머니는 “장사가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10년 넘게 찾아오는 단골이 있어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비가 오면 싫지 않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매일 비가 오나 뭐”라며 짧게 답했다.

# 시장 둘러보기

   
 
   
 
인천지하철 작전역에서 걸어서 5분. 최적의 교통 요충지로 인근 아파트단지와 대규모 빌라가 형성, 상권으로 최고인 이곳이 계양구 작전동 862번지 일대에 자리잡은 ‘작전시장’이다.

지난 1985년경 조성, 2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작전시장은 1천500여 평의 면적에 120여 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시장의 겉 모습을 평범하나 여느 시장보다 넓은 중앙로는 향후 작전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말해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승용차는 물론 웬만한 화물차량도 드나들기 편한 중앙로가 있어 더욱 쾌적한 쇼핑공간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아케이드 설치를 비롯한 시장 현대화 사업의 추진이 서둘러 지고 있어 곧 계양구 최고의 재래시장으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시장에 가면 우선 야채 및 어물전이 눈에 들어온다. 정육점을 비롯해 옷가게 등도 상당수 입점해 있다. 보통의 재래시장과 비교해 별반 차이를 못 느낀다. 그러나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에 이마트를 비롯한 홈에버, 그랜드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매장이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결코 시장을 만만히 보지 못 할 것이다.

적진의 한 가운데서 고전분투하고 있는 재래시장이 바로 ‘작전시장’이다.

▶찾아가는 길 = 시내버스 : 1, 24-1, 30, 80, 81, 88번. 마을버스 : 584, 588, 590번

   
 
   
 
# 인터뷰//작전시장 번영회 이원일 회장

“이 자리에서 장사한 지 벌써 18년이 됐네요.”

작전시장 ‘한창유통’ 슈퍼마켓에서 만난 시장번영회 이원일(51)회장은 “이제 이곳(작전시장)도 재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며 자랑을 시작했다.

시장이 형성된 지 20년 만에 계양구로부터 지난 3월 재래시장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인정시장 등록이 늦어지며 그동안 정부의 각종 지원 혜택을 못 받았죠. 이제 정상적인 재래시장이 된 만큼 상인 결속력을 비롯해 시장 발전을 위해 노력할 방침입니다.”

일반 재래시장이 인정시장으로 등록되면 관련법에 따라 시장현대화 사업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중소기업협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필요 경비도 지급한다. 작전시장의 본격적인 탈바꿈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 회장은 시장현대화 사업에 따라 우선 시장 중앙로를 중심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150여 개에 이르는 상가 간판에 대한 정비도 곧 시행할 방침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도 누구나 쾌적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재래시장 특유의 풋풋한 인간미를 더 한다면 대형유통매장도 부럽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해결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작전시장 역시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일반 상가가 아닌 노점상이 고민거리다.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는 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그들(노점)도 우리와 같은 상인입니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또 주변 대형할인매장과의 매출 경쟁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이 회장은 “확실히 타 지역 시장에 비해 주변엔 대형할인매장이 많다”며 “그러나 작전시장만의 매력을 살리면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회장이 운영하는 상가(한창유통)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사실 제 가계가 규모는 작아도 할인점보다 싸게 판다는 소문이 자자하거든요. 그래서 단골이 좀 많은 편이죠.”

한창유통만큼이나 작전시장 전체의 번영을 기대해본다. (한창유통 ☎549-7465)

   
 
   
 
# 인터뷰//시장상인 이남순

“큰 애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애기아빠가 그만 세상을 떠났어. 그때부터 시골 장터에 푸성귀를 내다 팔기 시작한 거 같아. 벌써 35년 전 일이야.”

얼갈이배추와 총각무 더미 속에 묻혀 시금치를 다듬는 이남순(69)할머니는 그저 평범한 이웃의 모습이다.

매일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을 들러 그날 팔 물건을 장만, 오전 9시 가게 문을 연다. 그리고 저녁 10시까지 장사를 계속한다.

꼬박 하루 16시간을 일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예전엔 장사가 잘 돼 힘들 줄 모르고 했다고 한다. 요즘엔 매출이 영 신통치 않다.

“옛날 절반 수준이야. 파는 것도 그렇지만 마진도 뚝 떨어졌어. 그래도 난 이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서 그런지 단골이 많은 편이야. 그나마 다행이지.”

다행스러운 건 단골뿐만 아니다. 타고난 건강도 할머니의 자랑거리다. 30년 넘게 장사하면서 병원 한 번 안 갔다고 한다. 지금도 채소를 다듬고 파는 모든 과정을 손수하고 있다.

또 하루종일 밖에서 있다보니 모든 끼니도 직접 해결해야 한다. 가게 한 켠에 작은 주방을 마련하고 매 끼니를 해결한다.

“가장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할머니는 “장사 잘 되고 건강한 게 최고”라고 한다. 자신보다 큰 아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작전시장 사람들이 할머니를 부를 때 ‘어머니’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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