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일본의 반전단체 회원들이 31일 평택을 찾아 미군기지 확장예정지를 둘러보고 최근 이주한 대추리 주민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지난달 29일 부산을 출발한 국제반전 평화순례행사단 `스톤워크(Stone Walk) 코리아'의 일본 측 참가자 15명을 포함한 일행 20여 명은 이날 평택에서 미군기지 터로 삶의 터전을 내주고 이주한 대추리 주민들을 만났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스톤워크 일본위원회 측이 제작한 1m짜리 비석을 손수레에 싣고 6월 15일 판문점에 도착하기 위해 행진 중인 이들이 지역과 국적을 넘어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평택을 방문한 것.

 이들은 평택참여연대 이은우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팽성읍 내리·도두리 일대에서 미군기지 예정지를 둘러봤다.

 “저기 조그만 건물 보이죠.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던 주민들이 군과 경찰에 맞서 싸우던 학교(대추분교)인데 많은 분들이 경찰에 연행된 곳이기도 합니다” 평화로운 농촌 풍경에 밝게 웃고 있던 이들은 갑자기 숙연해졌다.

 오사와(63)씨는 “오키나와 주민들도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으려고 싸웠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이 쫓겨나는 똑같은 아픔을 겪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평화순례에 동참하고 있는 박혜은(15·중2·안성시 삼죽면)양은 “지난 겨울 대안학교 캠프에서 대추리 얘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는데 주민들이 모두 떠나서 그런지 마을풍경이 겉으론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순례단 일행은 기지 주변을 둘러본 후 평택기지 터에서 이주해 나온 대추리 주민들이 살고 있는 송화리의 한 빌라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양국의 미군기지 반대투쟁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재일동포 조소환(74)씨가 “요즘 생활은 어떠시냐”고 대추리 주민들의 근황을 묻자 대추리 노인회장 정태화(72)할아버지는 “일하고 싶은데 부쳐먹을 땅이 없으니…, 이사온 지 두 달 됐는데 농사짓고 살던 고향이 그립다”고 안타까워 했다.

 강제숙 평화시민연대 대표는 “한일 양국 주민들의 우호관계 증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지역과 국적을 넘어 평화 염원의 목소리가 세계로 뻗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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