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주말특별기획 `에어시티'에 공항과 항공사들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다룬 이야기가 방영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극중 한도경 역을 맡은 최지우가 비행기로 돌진하는 새들을 쫓기 위해 인천공항 활주로 바닥에 거대한 매를 그려 넣는 장면인데 과연 비행기와 새가 부딪치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실제 1.8kg의 새를 그냥 놓고 보면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시속 960km로 비행하는 항공기와 부딪치면 상황은 달라진다.

 고속으로 비행하는 항공기와 새가 부딪치면 64t 무게의 충격을 주는 것과 같아 동체가 찌그러지거나 조종석 유리창이 깨져 항공 운항에 큰 타격을 주기도 하는데 자칫 엔진 속에라도 빨려 들어가면 폭발이 일어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94년 11월 제주발 광주행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하던 중 왼쪽 엔진에 갑자기 불꽃이 튀어 제주공항으로 회항했는데 놀라운 것은 활주로에 있던 꿩 한 마리가 엔진에 부딪혀 팬 블레이드라는 엔진부품 46개가 망가졌으며, 이 사고로 40억 원의 수리비가 날아갔다고 한다.

 기장이 재빨리 대처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는데 국내에서는 이 같은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항공기 피해액만 연간 150억 원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민간여객기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방지하기 위해 탑재되는 엔진에 새를 빨려들어가게 하는 테스트를 거치거나 새와의 충돌 시 조종석을 보호하기 위해 조종석 전면유리에 특수비닐을 씌워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다층구조로 만든다고 한다.

 비행기의 화재나 추락까지 야기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깃털 달린 가미가제'로 불리기도 한다.

 인천공항이 자리잡은 영종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철새도래지로 이 때문에 매순간 비행기에 새가 부딪히는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인천공항에는 항공기 안전을 위해 공항 활주로와 주변 상공에 몰려드는 새들을 저지하기 위한 야생조수관리소가 운영되고 있다.

 새들을 쫓아내는 방법에는 꽹과리, 징, 확성기 등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영리한 새들은 잠시 날개를 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인천공항에서는 2인1조로 공포탄을 쏘거나 폭음기, 맹금류의 소리를 녹음한 음향경보기를 사용하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새들을 제대로 쫓기 위해서는 한두 마리를 총으로 쏴 떨어뜨리는데 수천 마리의 철새가 떼 지어 이동하는 계절에는 선발대 한두 마리를 쏴 학습효과를 얻도록 해 공항접근을 예방한다.

 새들에게 총을 쏘는 것은 사냥 목적이 아니라 항공기 안전운행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할 때만 하는 위급조치라는 점에서 오해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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