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두 명의 단짝 남자친구와 별 삼각관계 없이 심드렁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던 여고생 마코토는 우연히 시간을 마구 건너뛸 수 있는 이른바 `타임리프'능력을 갖게 된다. 사건의 과학적 규명을 할 생각도 없이 이 능력이 신기하기만 한 마코토는 동생이 푸딩을 먹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 푸딩을 날름 먹어버린다거나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혹은 어제 저녁 메뉴가 먹고 싶다는 이유로 시간을 되돌리는 등에 이 능력을 온통 써버린다. 어느 날 단짝인 남자친구 마미야의 고백을 듣고 당황한 나머지 시간을 되돌려 고백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렸는데 어쩐지 조금 후회스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간을 되돌리던 마코토는 결국 엄청나게 꼬여버린 시간 속에서 동분서주하게 된다.

 2006년 제패니메이션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14일 개봉했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1965년 발표된 이래 40여 년 간 일본에서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아 온 성장소설이다. 이후 무려 여섯 차례나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원작을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로 각색했으며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사실 제패니메이션은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장르이다. 더군다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대형 브랜드도 아닐 뿐더러 `전체관람가'라는 상영등급도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잇점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과 시간 사이로 숨 막히게 뛰어다녀야 하는 주인공 마코토의 솔직한 모습에서 많은 이들은 지나온 그때 그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러한 장면들은 시간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이들에게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을 지녔으며, 이 때문에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에 더 가깝다는 평을 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시간은 하나로 흐르고 있고, 그 때문에 매 순간 충실히 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호소다 마모루의 메시지가 화면 곳곳에 녹아 있는 영화. 우리가 이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남자친구 마미야가 마코토에게 기이한 한마디를 남기는 엔딩 씬이다.

 6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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