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선구자는 일제시대 무용가인 최승희(崔承喜, 1911-1967)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인천문화재단에 따르면 이 재단이 발행하는 아시아문화비평지 '플랫폼' 7.8월호에 실린 '최승희와 臺灣-전전(戰前) 臺灣과 조선 문화교류의 한 단면' 제하 기고글에서 짱원쉰 타이완(臺灣)국립정치대학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짱원쉰 교수는 "조선무용을 일궈낸 이로서 동아시아 전역에서 이름이 드높았던 '반도의 무희' 최승희는 1936년 타이완 순회공연 당시 예상 이상의 성공을 거뒀으며 타이완 사람들 사이에 조선인이 이룬 세계적인 성공을 목표로 삼자는 '조선붐'이 발생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붐의 열기에 대해 "최승희 일행이 1936년 7월 2일 오후 3시반쯤 타이베이역에 도착해 타이완 신사로 가는 길에는 타이베이 시내의 카페여급, 기생, 여학생, 직장여성 등 최승희의 팬이 길을 메웠다"고 표현했다.

짱원쉰 교수는 또 "당시 인기 절정의 무희로 일본 문예계를 풍미하고 있었던 최승희의 타이완 공연이 결정되자 '타이완문예연맹 도쿄지부'가 환영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1만장의 사진이 수록된 '최승희 특집호'가 기획됐으며 이 문예연맹 소속 작가들이 최승희의 무용에 관한 감상을 발표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승희와 조선붐에 대해 "서양식 무용과 조선식 무용을 융합하고 식민통치 아래에서 근대적.민족적 예술을 창출한 최승희는 예술활동을 업으로 삼는 타이완 신지식인들에게 가장 좋은 본보기였다"며 "최승희는 예술의 영역에서 민족문화를 발전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는 성공적인 모델을 타이완인들에게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짱원쉰 교수는 최승희의 이런 인기가 타이완 문학에까지 투영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 대표적인 예로 타이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장원환의 번역 소설 '귀여운 원수'를 꼽으며 "번역이란 본래 충실함을 요구하지만 장원환은 애써 원작자의 의도를 어겨가며 남자주인공이 바람피우는 상대를 원작의 일본인 댄서에서 조선인 댄서로 바꿔놓는다"며 "최승희에게 호의를 품었던 장원환이 그녀의 이미지를 여주인공에 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짱원쉰 교수는 끝으로 "최승희의 타이완 공연을 성사시킨 문예연맹은 피식민 민족 간의 교류활동을 꾀한 탓에 일본 정부로부터 한층 거센 압박을 받아야 했다"고 덧붙이며 "그런 의미에서 최승희의 타이완 공연 실현은 민족전통을 포용하는 현대예술을 창조하겠다는 타이완인의 목표에 한 걸음을 더 내디딘 사건으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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